STYLEBOX의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슴 시린 연애 이야기부터 육두문자가 절로 쏟아져 나오는 미친 망상까지, 개소리로 가득찬 stylebox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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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짧은 시간'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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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바리 소설

"민정 엄마"

머리를 만지며 여관에 들어서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여관 주인인 현지네가 조금 미안한 얼굴로
말을 붙여왔다.

"아까 먼저 끊어서 말을 못했는데, 하나는 젊은 애야. 괜찮지?"

민정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애들은 아무래도 거칠어서 부담스럽지만 잘만 아다리
걸리면 금방 끝나기도 하니까. 하지만 현지네는 또 배시시 웃으면서 "미안한데, 바로 두 타임 뛰어줄
수 있어? 대신에 앞으로 더 잘 해줄께에" 하면서 소매를 잡는다.

민정 엄마는 몸도 그리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거절하기도 어렵다. 에효.

"알았어요"

퉁명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현지네는 화색을 띄며 간드러지게 말한다.

"어유 그럼~ 수고 좀 해줘요옹?"



똑똑똑

"드루와요"

들어서자 안에는 벌거벗은 채 이불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어깨에 이만한 문신이 있는
척 보기에도 양아치스러운 놈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래 위로 민정네를 훑어보더니 혀를 찼다.

"아 씨, 아줌마. 다른 아줌마 없어요? 아 뭐야. 야, 액면가가 딱 우리 큰 이모네 큰 이모"

민정 엄마는 빠글빠글 만 머리를 사뭇 다듬으며 "잘해줄께, 응? 거시기한 거 다 해줄께. 그리구
나 보낸다고 아가씨 들어올 거 같애? 여기 이런 데는 다 아줌마야. 이런 데는 다 그래" 하고 은근
하게 놈의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거시기 한 거' 라는 말에 좀 누그러진 놈은 "그럼 이거도 해주나? 에에, 이거" 하고 혀를
빼물고 손가락으로는 지 엉덩이를 가리킨다. 민정 엄마는 좀 떨떠름하지만 "아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문을 나오면서 민정 엄마는 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젊은 놈이라 그런지 힘도 좋다. 허리도 뻐근하고
허벅지도 하면서 꾹 잡아눌려서 멍이 다 들었다. 거시기도 쓰라리다. 그런데 하면서도 어찌나 입이
더럽던지. 아줌마 아줌마 하면서 더러운 년이네 남편이 이런 것은 아느냐, 애는 있느냐, 젊은 놈
맛보니 좋지 않느냐, 근데 씻긴 잘 씻고 다니냐는 둥 아주 하면서도 혈압 올라서 확 목쟁이를 돌려
놓고 싶건만 그 놈의 돈이 뭔지.

그 다음 손님은 또 언제나 오는 단골 할배. 세울 것도 없다. 세워지지도 않지만. 그저 둘이 몸이나
부비다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다 "되었다" 라는 그 할배의 말이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보다
쉬운게 없다. 이 할배가 걸리면 꽁으로 버는 거다.

여튼 몇 만원 손에 쥐고 집으로 향한다. 부지런히 벌어야 한다. 들어올 구멍은 없는데 나갈 구멍은
수도 없다. 민정이 등록금이 무엇보다 젤로 걱정이다. 에휴. 내 몸은 더러워져도 내 자식새끼는,
애비도 없이 큰 불쌍한 기집애 대학교는 제대로 보내야지.




"엄마 왔어"

피곤한 목소리로 엄마가 귤 한 봉지를 들고 오지만 민정은 대꾸조차 안 한다. 그러다가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말했다.  

"아까 상록이 아저씨한테 전화 왔어"
"뭐래?"

얼른 표정이 긴장한 듯 또 설레이는 듯 바뀌는 엄마를 보며 오늘도 떨떠름한 민정이다.
 
"뭐긴 뭐래. 엄마 아직 안 들어왔다니까 그냥 알았다고 끊지"
"그래. 이따 다시 한다는 말은 없구?"

엄마의 표정이 또 아쉬운 듯 하자 민정은 그제사 참아왔던 말을 터뜨렸다.

"엄마 혹시 상록이 아저씨랑 사귀어?"

그러자 엄마는 정색을 하면서 "사귀기는!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그게
더 수상하다. 민정은 엄마가 사온 귤 봉지에서 귤 하나를 집어들고는 지 방으로 향했다.

"사귀던지 말던지 내 알 바 아냐. 어차피 엄마도 언제까지 혼자 살 순 없잖아. 근데 내가 봤을 때
상록이 아저씨는 너무 양아치같어"

엄마는 뒤에서 "이 기집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하고는 한 마디 했지만 픽 웃고 넘기는 민정이다.
그리고 그녀는 침대에 몸을 던진 후 뒹굴거리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문자가 와 있었다.

[ 민정씨, 금요일에 시간 날 거 같은데, 시간 되면 그때 봐요 ]

요즘 만나는 남자다. 그래 남자. '남자친구'라고 하기에는 22살의 나이차가 걸리는 그런 '남자'.
게다가 부인까지 있는 대기업 다니는 남자. 뭐 어차피 돈만 생기면 그만이다. 비통이 백도 턱턱
사줄 정도니까 나쁠 거 없다. 그래, 그런 아저씨가 어디가서 나같은 애를 만나. 피차 윈윈이지.

그리고…

이번에는 용돈 받으면 그건 내가 아니라 엄마한테 쓸 생각이다. 요즘 엄마가 날이 갈수록 몸이
붓는다. 폐경이라도 온 건가. 홍삼이라도 사 드려야겠다. 괜찮아, 어차피 난 이미 배린 몸인걸.
엄마랑 나랑만 행복하면 돼.

여자들의 흔한 연애 속설 몇 가지와 착각 망상

1. "남자가 좋아하면 연락을 먼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어있어. 아니면 마음에 없는거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로 미친듯이 설레이고 막 좋아하는데 왜 연락을 안 하겠는가. 하지만 만나자
마자 그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자신이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라고 자부하는가?)
적당히 관심도 가고 호감도 가고 다 좋긴 좋은데 아무래도 연애경험 없는 남자들은 그러기가 쉽지않다. 생각
보다 세상에는 '수동적인 연애관'을 가진 남자들도 매우 많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수동적인 연애관을 고수하는 여자들이 그토록이나 많은데 남자들이라고 그런 남자
들이 없으리라 생각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가뜩이나 남성의 여성화가 진행되는 요즘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무슨 소극 그 자체인 것도 아니다. 그저, 아직 상대가 익숙하지 않고, 또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원숙
하지가 못한 것 뿐이다. 달리 말해 낯을 가리는 중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여자가 먼저 때로는 숨구멍을
틔여주는 경우가 필요한 케이스도 많다.

물론, 정말로 '그냥 안 좋아해서' 그렇게 뜸한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하지만 무조건 저 속설이 전부는 아니
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그런 타입의 남자는 보통 연애가 끝나는 그 날까지 다소 적극적이지 못해서, 뭐든지 알아서
척척 남자가 리드하길 바래주는 타입의 여자에게는 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명심하라. 생각보다 요즘 남자들은 그대들이 바라는 것만큼 적극적이고 '남자답지' 않다.


2. "여자는 좀 튕기는 맛도 있어야 돼"

맞는 말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여자는 자고로 적당히 튕기는 맛, 여우 짓도 좀 할 줄 알아야 남자들을 휘어
잡고 매력녀로 군림하게 된다.

하지만 1번의 결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요즘 남자들 그렇게 화끈하지도, 끈덕지지도 않다. 게다가 이제 겨우 막
상대를 알아나가는 단계라면 더더욱 '용기 없는'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최소한의 확신은 주고 튕겨야 한다. '아 이 여자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그런 최소한의 확신
말이다. '이 여자가 나 좋아하나?' 정도의 착각은 안겨준 다음에 튕기는 것이 안정적이다.

어느 잡지에서 여자의 말을 빌어 "요즘 남자들, 한번 튕기면 아예 그 다음이 없더라" 라는 탄식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틀린 말 아니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말이 '스토커 짓' 으로 규정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뒤에서 또 무슨
뒷담화를 들으지 모르는데 어느 누가 무슨 용기로 계속 들이대겠는가? 한번 싫다면 그냥 싫은 줄 아는 남자들
많다. 정말 요즘에는 튕겨도 적당히 튕겨야 한다. 아니 어지간하면 그 '적당히'의 수준을 한참 낮춰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 남자들 상상 이상으로 딜리케이트 하다.


3. "먼저 막 여자가 들이대면 쉽게 생각할까 봐"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연애란 결국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패자라는 말까지 있는 것처럼 비지니스마냥
먼저 아쉬운 소리 하는 쪽이 불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무슨 중고딩도 아니고, 진짜 생각없는 양아치 아닌 다음에야 어쨌건 여자가 적극적으로 대시하는데
막 싫어하거나 무작정 '이 여자 존나 싸구려구만' 하고 생각할 남자, 그렇게 많지 않다. (반대로 생각해보라.
남자가 너 좋다고 고백했을 때 '이 남자 존나 싸구려구만' 하는 생각부터 드는가?) 

물론 정말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기세로 막 대시하면 또 남자들 헛바람 들어가서 지가 무슨 원빈 장동건
이라도 되는 양 어이없이 비싸게 구는 케이스도 꽤 있지만(이게 바로 이번 단락 첫 번째에서 언급된 연애의 
권력화의 한 측면이다) 적당히 먼저 데이트 제의도 하고, 또 먼저 남자를 리드할 줄도 아는 그런 여자가 
된다고 해서 니가 싸구려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4. "남자는 결국 애 아니면 개야"

말 그대로 '수컷'이던지, '어린 애'던지.

남자의 타입를 가장 결정적으로 잘 구분한 말이 이거 아닐까. 주변 남자들을 떠올려보라. 얼추 개나 애, 이 
두가지로 정말로 나눠질 것이다. 이 말은 남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도 꽤 신랄하면서도 신묘한 통찰이다.

그러나 '개 같은 남자'에게도 결국 애같은 부분이 있으며, '애 같은 남자'에게도 개같은 부분이 있다. 평소
그토록 수컷 냄새 풀풀 풍기는 그런 '나쁜 남자'에게도 때로는 굉장히 유치하고 어린 애 같은 면모를 발견
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저 마냥 애처럼 '뭘 잘 모르는 남자'라고 생각했던 남자에게서 '아…얘도 결국은
남자는 남자구나' 하는 어떤 그런 면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연애를 떠나서 삶 전반에 걸친 이야기지만, 선입견은 그래서 위험하다. '개'과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실은
'애' 같은 남자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애'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개'였을 수도 있다. 남자를 어떤 타입으로
내 안에서 규정하고 그에 맞춰서 패턴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흔히 여자들 거 왜 그런거 있잖는가. '어우, 저런 여자애들 진짜 최악인데, 남자들은 왜 그런 거를
몰라보지?' 하는 그런거. 남자들 참 보면 여자들 보는 눈 없잖는가?

그거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케이스 진짜 많다. 남자 어지간히 만나볼 만큼 만나봤다
자부하는 여자들 중에도 아직껏 뭘 모르는 여자들, 진짜 많다. 그대들의 남자를 판단하는 눈, 생각보다
그리 정확하지 않다. (그렇게 정확하다면 지금껏 만나온 남자들은 왜 그 모양이었는가) 




"여자는 이러이러 하대" 류의 통념은 분명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 맞는 면이 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여자가 그 말에 해당하는가? 하나같이 다 완전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도 하나하나 자신
에게 대입하다보면 정작 오히려 또 맞는 거보다는 안 맞는게 더 많지 않은가?

남자와 연애에 대한 속설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 통념과 연애 속설은 분명 어떤 큰 흐름이나 경향에 대해 꽤 많은 공감과 통찰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
지고, 믿어지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그것을 신봉할 경우 엄청나게 많은 오해와 트러블을 유발
하고, 또 당신의 얼마 안 되는 좋은 연애 기회를 어이없게 앗아갈지도 모른다.

믿지마라. 심지어는 이 글까지도 말이다.

"야, 니가 먼저 연락도 좀 하고 그래야지 임마" 소설

알겠노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는 했다만 아무래도 마음이 무겁다.



일주일 전 쯤 소개팅을 했다. 선배가 혹시 소개팅 해볼 생각 있냐고 묻길래, 그런거 저 잘 못한다 라고 말했
는데도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나갔다. 솔직한 마음으로야 당연히 싫진 않지만 잘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

여자는 나보다 두 살 어린, 회사에 다니는 여자 분이었다. 예뻤다. 어… 그렇다고 무슨 막 엄청 예쁜 그런
대단한 연예인급 여자, 이런건 아니지만, 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여자 분, 이긴 했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그런 여자 분도 다 이뻐 보이기 때문에, 아니 어, 이건 좀 실례되는 발언 같은데 그런 뜻에서 하는
말은 아니고, 음 진짜 우리나라 여자들 되게 다들 이쁘지 않나? 여튼 그 분도 예뻤다.

하아. 내가 이렇다. 말 주변머리가 이렇게 없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들 말씀 조리있게 잘하시고 멋진데 왜
나는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아 맞다. 하여튼, 소개팅은 그래도 나름 잘 된 거 같다. 나야 그저 그 분이랑 같이 대화도 하면서 맛있는 것도
또 먹고 해서 당연히 디게 좋았지만 그 분은 내가 말 주변머리도 없고 별 재미도 없었을텐데 그래도 잘 들어
주었다. 이야기 하면서 중간에 내가 생각해도 횡설수설한 이야기조차 잘 정리해서 들어주고 그런게 참 좋았다.

이해심도 많은 거 같다. 세 자매 중에 맏언니라서 그런 거 같다. 그러고보면 사실 애프터 신청도 그녀가 먼저
했다. 사실 주선자인 선배한테 "설령 마음에 안 들더라도 끝나고 다음에 또 한번 더 보자고 하는게 예의야"
라고 소개팅의 룰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깜박하고는 그냥 맛있는거나 먹고 헤어질 뻔 했는데

"저 마음에 안 드세요? 애프터 신청 안 해주세요?"

하고 먼저 그렇게 웃으면서 물어봐주었다. 화들짝 놀라서 손발을 다 내저으며-아 부끄럽다- 깜박했다고,
사실 주선자 선배한테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제가 사실은 소개팅이 정말로 태어나서 두 번째라고 고백하면서
그래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렇게 '애프터 신청'을 했다. 그 다음 주는 프로젝트 관련해서
준비할게 많아 엄청 바쁠 거 같아 2주 후에 보기로 했다.

보통 여자였다면 거기서 난 퇴짜 아니었을까. 자존심 문제라면서. 그거 생각하면 그 분은 정말 적극적이고
멋진 여자 분 같다. 나같은 놈은 그런 분이 어울리는 거 같기도 했다. 아니아니, 내가 잘나서 어울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내가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이끌어 줄 수도 있는… 아닌가? 아니다. 어느 여자가 그런 걸 좋아
할까. 음. 남자가 막 적극적이고 듬직하고 그래야 역시 여자들은 좋아하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음 주는 역시나 엄청 바쁜 주간이라 연락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3일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게
막 연락을 하고, 또 목소리도 듣고 싶고 뭐 그렇기는 한데 일단 낮에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흘려보냈고
저녁에는 왠지 그 분이 바쁠 거 같기도 하고 실례는 아닐까 걱정도 되고…

으음

아니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화해서 할 말이 없을까 봐. 되게 어색하고 그 힘든, 그 알잖는가. 예전에 소개팅
한 여자 분도 사실 그게 어려웠다. 딱히 할 말도 없고 뭔 말을 해야할지 잘 몰라서…

음, 여튼 그래서 여자 분이 주선자인 선배한테 물어봤나보다.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들어하는 눈치냐고. 아닌데.
나는 선배한테 엄청 마음에 든다고 말했는데. 그랬더니 선배가 방금 전에 그렇게 전화를 준거다.

니가 먼저 연락도 좀 하고, 남자가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후우. 그렇지. 그렇겠지. 음. 미리 메모지에다가 할 말을 그래서 지금 적는 중이다. 날씨 이야기, 요즘 야구 이야
기. 그 여자 분이 야구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사실 난 야구 잘 안 보지만. 아까 그래서 한 시간 동안 야구뉴스 좀
들여다봤다. 생전 처음 보는 이름들이 가득해서 조금 놀랬다. 내가 이 정도로 야구에 대해 문외한이었나? 아아!
다시 집중집중.

일단 그리고, 음, 어, 야구 이야기 좀 하면서 다음 주에 야구장에서 보는거 어떠냐, 이렇게도 제안해보고, 음,
그리고 또… 아니면 영화. 그렇지. 영화도… 그리고 또 뭔 이야기를 할게 있나 한참을 고민하다 집에 오는 길에
있는 꽂집 생각내서 꽃 좋아하시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아 또 너무 뻔한 질문 같기도 해서 꽃, 이라고 쓴 글자
위에다가 X표를 친다.

음.

또 무슨 이야기를 하지. 우리 연구실 이야기는 뭐 말할 꺼리도 없는데. 그 여자분 회사 이야기 같은거는, 음
회사 이야기 같은거는 싫어하지 않을까. 쉬는 시간에 그런 이야기는. 아아. 도대체 연애 잘하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길 하는 걸까.

시계를 보니까 고민하는 사이 벌써 15분이 흘렀다. 연구실에서는 그래도 나름 아이디어의 귀재 소리 듣는데
이런 이야기는 왜 생각이 하나도 안 떠오를까. 시계는 벌써 7시 45분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하면 에티켓
없다고 할 거 같은데.

잘 보이고 싶은데 음.

에휴. 펜을 다시 던진다. 이러니 어느 여자가 나를 좋아할까. 그 분이야 나를 그래도 좋게 봐주신 거 같지만
이러다 금방 지치겠지. 후. 연애를 잘하고 싶은데.

학교 다닐 때도 나는 잘하는 과목만 열심히 했다. 수학 과학은 나름 자신있었지만 언어는 영 빵점이었다.
못하는 과목을 좀 보강하면서도 공부를 해야하는데 그냥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했다.

나는 연애도 그런 거 같다. 자신이 없으니까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또 반문하게 된다. 내가 정말 그
여자 분을 좋아하나? 같은거.

물론 좋다. 나랑 이야기 하면서 하나하나 장단 잘 맞춰주고 웃어주고, 이쁘고, 또 적극적이고, 어… 뭐 여튼
다 좋은데. 음.

그리고 또 새삼 그렇게 좋은 분이 왜 나를 좋아하겠어, 하는 생각에 그저 또 머리를 긁적이게 되고, 연애는
참 어려운거다 생각이 또 든다. 아까부터 옆에 휴대폰을 놓고서는 계속 만지작 만지작 건드리고만 있다.

움. 일단 부딪혀보는 셈으로 전화를 해봐? 아 떨려. 아 조금만. 일단 할 말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전화하자.
음.

가끔 생각한다. 연애도 뭐 좀 누가 가르쳐주고 그러면 좋겠다고.


"김상민씨" 소설

조용한 사무실에 한 남자의 이름이 울려퍼진다.

"김상민씨"

조금 더 높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불리우고, 그때까지 여전히 그 이름의 주인공은 반응이 없다. 그리고 심상
찮은 그 목소리 톤에 주변 파티션 사람들의 시선까지 모였을 그 무렵…

"김상민씨!"

호통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사무실 사람 전체가 움찔하며 쳐다볼 정도의 목소리 톤이 되자 그제서야 그
이름의 주인공이 정신을 차린다.

"어, 어…네, 네. 쓰읍. 네"

그리고 그는 곧 자신을 부른 이가 최근 그렇잖아도 자기를 마뜩찮게 보는 강 부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다.

"잠깐 회의실에서 봅시다"




"요즘 밤에 잠 안 자고 뭐해? 어? 뭐 맨날 술이라도 마시나?"

강 부장의 물음에 상민은 면목 없다는 듯 허벅지만 비비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저 술 못하는거"

강 부장은 가볍게 콧바람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뭐야? 밤에 잠 안 자고 뭐해? 뭐, 여자 만나나?"

하지만 척 보면 알잖는가. 여자는 커녕 요즘은 어째 하루가 갈수록 무서운 속도로 아저씨 화 되어가는
폼이 척 봐도 여자가 있을 리가 없다.

"없습니다. 여자는 무슨…"
"그럼 뭐하는데?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상민은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죄송합니다. 요즘 좀 이래저래 잠을 설쳐서…" 하고 또 고개를 꾸벅한다. 
그러나 오늘은 그 정도 넘어가 줄 수는 없다. 이미 몇 번이나 지적했고, 또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식곤증
이나 춘곤증 레벨이 아니라 이건 숫제 하루 일과 중에 반을 조는 판이니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이유를 알아야겠어. 어디 뭐, 몸이라도 안 좋은거야?"

그렇잖아도 지지난 달에 과로로 회사에서 쓰려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까지 온 유 대리의
껀도 있고 해서 회사 측에서는 매니저급 직원들에게 부하 직원들 건강을 각별히 챙기라는 사장 지시도
있었다.

상민은 입맛을 다시는 듯 대답을 주억거린다. 지난 2년여간 그를 데리고 있으면서 그에 대해 적당히 다
알 거 아는 강 부장으로서는 혀를 끌끌 차며 "솔직히 왜 그러는데? 어? 이유를 알아야 뭐 도와주던가
할 거 아냐" 하며 답을 독촉했다. 상민은 뒷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은 요새 게임에 빠져서‥"

아주 예상을 못한 대답은 아니지만 역시나 너무도 한심한 대답인지라 강 부장은 속에서 한숨이 다 쏟아
졌다. 내가 이런 것들을 데리고 일을 한다, 소리가 목구멍을 넘어온 지경이었지만 간신히 참은 그는 또
물었다.

"거 뭐, 디…뭐더라. 거 얼마 전에 뉴스에서 나온, 애들이 줄서서까지 사간 뭐 그 게임?"

상민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고, 강 부장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아니 김상민씨 나이가 몇 이야. 게임하느라 밤을 새서 낮에 이 모양이라는게 말이 돼? 아 우리 아들,
초등학교 5학년 아들도 그렇게까지는 안 해. 아니 참 김상민씨 나이를 생각해보라고"

상민은 그저 꾸역꾸역 고개를 끄덕이며 "죄송함다. 주의하겠습니다" 하고 듣고 있었지만 그게 또 은근히
얄밉다.

"일단 오늘 일은 내 앞으로 시말서 쓰고, 앞으로 한번만 더 그러면 회사 차원에서 징계할테니 그리 알아.
뭐 이의 있나?"

'시말서'에 이어 '징계'까지 이야기까지 나오자 생각보다 좀 뜻밖이라는 듯 상민이 다급한 표정으로 또
말한다.

"아니 부장님, 잘못했슴다. 아 근데 시말서에 징계라니, 아 물론 쓰자면 쓰지요. 근데 이렇게 확 문서화
시켜놓으면… 아 부장님 잘못했슴다. 한번만 선처해주십쇼"

뻔뻔하다고 해야할지 넉살이 좋다고 해야할지. 가끔 보면 참 얄미울 정도로 능글맞은게 좀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또 이렇게 매달리면 독하게 밀고 나가기도 미안할 정도로 천연덕스러운게 이 '김상민'
이란 사원의 장점이고 또 단점이다.

"정말 잘할 수 있어? 어?"
"아 물론입니다"

누그러진 것을 보자 벌써 표정에 웃음을 확 띄우며 옳다꾸나 대답을 하는 그를 보며 한번은 봐주기로 한다.

"그래, 그럼 내일부터 또 지켜보겠어"

그렇게 말하고 스윽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상민이 "아 부장님" 하고 또 부른다. 또 그 능글맞은 아부인가,
싶어 슬몃 떠오르는 웃음까지 겨우 지우면서 물었다.

"뭐? 또 그 놈의 부장님 존경합니다, 말하려고?"

하지만 이번에 상민의 얼굴은 꽤 진지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저기, 부장님. 내일부터 한 3일만 연차를 써도 될까요?"


내 영혼 속의 악마 소설

"흐음, 흐음"

지난 22년을 함께한 비염으로 인해 오늘도 코는 꽉 막힌 듯 답답하면서도 콧물은 줄줄 흐르지만, 이미 그
콧물이 코 아래를 지나 이미 윗입술에 닿아있건만 병수는 차마 그것을 닦아낼 손이 없다.

"흐음"

크릉크릉대는 코를 또 한번 들이마셔보는데 이미 입술 영역에 닿아있는 콧물이라 빨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에이, 하면서 그는 일단 마나 물약을 한번 빨고 바로 헬 오브 파이어스톰을 시전한다. 주변 몬스터들을 불
폭풍으로 쓸어버리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병수는 언제나 놓아두던 책상 옆 두루말이 휴지로 손
을 뻗지만 아차 아까 딸치고 다 썼지. 그는 잠시 주저하지만 이미 기술 발동시간 1.3초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는 주저없이 아까 자위의 뒷처리를 한 후 슥 던져놓았던 '정액이 듬뿍 든' 딸휴지를 코와 입술에 가져가
그 콧물을 스으윽 닦아내었다.

'오케이'

다시 그는 휴지를 던져버리고 한 손은 키보드, 한 손은 마우스로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새벽 시간, 딸깍딸깍
그의 마우스질은 멈출 줄을 모른다.




현재 시각 새벽 3시 15분. 내일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인데… 지금이라도 자야하는데… 사실 오늘까지
제출인 과제까지 제껴놓고 지난 주말을 쉬지않고 달렸다. 이미 현재 시간 월요일. 주무시고 계신 아부지나
엄마가 이 꼴을 보면 아주 경을 치겠지만 어쩔 수 없다.

'학점은 빵꾸나도 지구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한 말이 있잖는가. 그래, 세상 모든 일에는 인과율이 있는 법이며 기회비용이 있는 법
이다. 아 지구를 지켜야 하는데 내 학점 정도는…

하고 혼자 속으로 농짓거리를 하면서 씨부리기에는 사실 상황이 좋지 않다. 아버지 회사에선 내 대학등록
금의 50%가 지원되는데 올해부터 자격조건이 '학점평균 3.0'에서 '3.5'로 올랐다. 쉽지 않다. 아니 학점뻥튀
기가 만성화 되어있는 우리 좆지잡 수박대에선 그냥 출결만 잘하고 과제만 다 내고 시험만 완전 망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점수인데…

'아 씨발'

갑자기 학점 이야기 생각을 하니 모니터에 집중이 안된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마우스 버튼을 세게 세 번
탁탁탁 누르고는 바로 메뉴화면을 띄워 화면을 멈추었다.

"후우"

학기 초에 유정이랑 깨지고 한 이주일을 학교를 안 갔다. 그래서 이미 출석점수에 노란불이 들어온 상태고
과제랑 시험을 잘봐야 하는데 씨발 전공은 그럭저럭 대충했는데 팀 과제가 있는 교양 과목들이 망했다. 아
존나. 게임에 미쳐서 갖은 핑계를 대고 팀 과제에 참석을 계속 안 했더니 씨발 년들이 나를 아예 조에서
빼버렸거든. 씨발. 아… 것두 그렇고 오늘 것도 분명히 교수가 자기는 이 과제 하나만 본다고 했는데 그걸
아예 안 했다. 나 진짜 뭐하는 새끼지.

"아냐"

그냥 이번 학기는 조져버리고 가을에 입대한 다음에, 그리고 전역해서 잠깐 쉬는 기간에 일해서 그걸로
등록금 채워넣지 뭐. 좋아쓰.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좀 기운이 들어간다. 다시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악마 새끼들이 드글드글한 마굴 속으로 들어간다.


'덥다'

방충망이 다 뚫려서 무용지물인 통에 모기 들어올까 싶어서 창문을 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방문을 열어놓
으면 이 환한 불이 거실에 비칠 테고 엄마 아빠라도 일어나면 골치 아파지니 방문도 꼭 닫은 상황. 컴퓨터는
지금 얼추 18시간째 돌아가는 중이고, 덜덜거리는 이 낡은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쏟아낸다.

눈도 피로하고 어깨도 제대로 꽉 뭉쳤다. 허리도 구부정하게 몇 시간을 숙이고 있었는지 뻐근하다. 손가락
부터 손목,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뻑적지근하고 엉덩이도 아프다. 빤쓰 한장 입고 앉아있다보니까 컴퓨터
의자에 허벅지가 땀에 쩔어 무슨 풀이라도 붙여놓은 마냥 끈덕지다.

"후우, 안돼겠다"

금요일 아침에 학교 가면서 입었다가 아직까지 갈아입지 않은-다시 말해 샤워 한번 하지 않은- 누렇게 된
메리야스를 벗어던진다. 가슴에 한줄기 땀 한 방울이 조르륵 흘러내린다. 아 다시 한번 눈이 피로하다. 아
형광등도 갈아야되는데. 침침하다고 어둡다고 엄마한테 불 갈아야한다고 말해도 매번 깜박깜박이다. 내
눈 시력이 이 꼴이 된건 다 엄마 탓이다.

그보다 배가 고프다. 언제 저녁 먹었지? 사실은 아직도 저녁에 먹은 삼겹살의 느글느글함이, 아마도 지금
까지 내 입에 맴돌고 있을 마늘 냄새와 함께 전신에서 땀내와 함께 풍기고 있겠지만 상관없다. 배가 출출
하다. 아니 뭔가 입에 쑤셔넣고 싶다.

뜨으억, 찐득한 컴퓨터 의자에서 일어나 이미 푹 땀에 쩔은 빤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빤스 속으로 손
집어넣어서 자지 정리도 좀 하고 거실로 조심조심 걷는다. 살짝 열린 문 틈으로 안방에서는 회전 기능이
고장나서 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따깍따깍 거리는 선풍기 소리와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흐음'

안방을 그렇게 조심스레 지나쳐 거실의 식탁 테이블 위를 어둠 속의 눈으로 뭐 먹을 거 없나 확인한다. 아
어제처럼 그냥 라면이나 끓여먹고 싶은데 그랬다가 엄마가 일어나면 잔소리 들을테니. 쩝. 아 맞다. 그냥
냉장고를 또 조심해서 열어 그 안에서 참치캔이나 꺼낸다.

'흐으'

느끼하지만 어쩔 수 없다. 뭐라도 배를 채워야 한다.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늘 내일 중으로
이 디아블로3를 깨야 내 생활을 찾아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잘 안다. 진짜 악마는 저 모니터 속 게임이 아니라 내 썩어빠진 정신머리 속에 있으며, 이미 몇 번
죽여도 봤고 이번 신작 역시 며칠 밤 그냥 밤새면 어쨌거나 죽일 수 있는 그 놈과는 달리, 이 놈은 십수년
째 내 정신과 영혼과 생활을 서서히 잠식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마른 남자 좋아하는 편이에요" 망상

참 얄밉게도 커피를 한 모금 쪼옥 빨대로 빨면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김곰남은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마른 남자 좋죠. 옷빨도 잘 받고, 하하"

하지만 세상에 소개팅 자리에서 자기와 정반대의 스타일이 취향이라는 여자의 말에 기분 좋을 남자가
어디있을까.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걍 바로 일어서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는 꾸욱 참았다.

그런 그에게 은정은 물었다.

"곰남씨는 어떤 여자가 취향이에요?"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독설을 쏘아버릴까 했지만, 순정남인 곰남은 진솔하게 말했다.

"저는… 착하고, 어른 잘 모시고, 예의바르고, 진솔하면서도 밝고, 건강하고, 음, 그리고 상대를 잘
배려하는 타입의 여자분을 좋아합니다. 가정적이고, 에, 그리고 아이도 잘 키우고 그런 여자분"

그리고 순간 소개팅 자리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 역시 무어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
이리라. 김곰남은 속상했다. 그래도 간만에 서울 나온다고 멋부리며 비싼 옷도 해입었는데. 으휴.

그리고 그때 그녀가 말했다.

"곰남씨가 찾는 분은, 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거 같네요 호호"


김곰남은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부터, 은정씨는 저런 여자가 될 겁니다"


김곰남은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았고, 그때 살짝 보인 품 안에는 유리톱날이
붙은 채찍이 언뜻 엿보였다.


은주 소설

첫 만남, 약속장소에 나온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대실망이었다. 짜리몽땅한 키에 뚱뚱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충분히 '남자가 보기에도 꽤 많이 퉁퉁한' 몸매, 얼굴도 피부도 솔직히 좀 많이 별로.

학점으로 평가하자면 C 정도? 아니, 그동안 게시판에서 지켜봐온 그녀의 성격에 대한 호감 실드를 제외
하고 오로지 외모만으로 평가한다면 냉정하게 평가해서 C-, D 정도까지 내려가겠다.

물론 무슨 미팅 자리도 아니고 그냥 어디까지나 커뮤니티에서, 그녀가 먼저 적극적으로 쪽지로 대시하는
김에 뭐 큰 기대없이 밥이나 한 끼 먹고오자, 정도로 생각하기야 했지만 그래도 혹여나 하는 그런 빤한
바램을 바탕으로 생각한 바, 정말 영 황이었다.

'쩝'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게시판에서 매번 내 글에 우호적인 댓글도 잘 달아주고, 워낙에 성격이 좋은 것을
잘 알기에 최대한 즐겁게 놀아주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재미있었다. 쿨하고, 싹싹하고, 붙임성 있고
적극적이기까지 하고.

만약 외모만 좀, 딱히 그리 이쁘지 않더라도 진짜 평균치만 찍었어도 그녀는 대단한 매력을 내뿜었으리라.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난 더욱 그녀를 좋은 친구, 좋은 동생으로 대할 수 있었
고 그 날의 만남은 굉장히 훈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아 이…"

솔직히 크게 웃었다. 그녀가 그 날의 만남을 [ 오늘 박스님이랑 데이트했어요♡ ] 하고는 세세하게 인증샷
까지 첨부해서 게시판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소한의 개념으로 내 얼굴을 멋대로 인증하지야 않았
지만 어쨌거나 나름 그 커뮤니티에서 '인기인'이었던 나였기에 게시판은 단번에 들끓어 올랐다.

"허허"

처음에는 웃었다. [ 커플 축하합니다 ], [ 완전 잘 어울려 ], [ 야 대박ㅋㅋㅋ 응쥬님ㅋㅋ표정 관리ㅋㅋ ]
같은 댓글과 관련 글이 그저 재밌었다. 이미 그녀는 줄곧 게시판에 자신의 '좀 아닌' 외모를 인증도 많이
했었고 또 자신의 박색을 주제로 웃긴 글도 몇 번 올리고 해서 사람들이 '추녀와 미남' 같은 컨셉 우스개로
받아들였지만…


여튼, 그리고 또 한달 후쯤에 다시 한번 만났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가 먼저 영화 티켓을 끊어서 영화나
보자고 제의했던 거였고 마침 딱히 약속도 없었기에 생각없이 만나서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바로 헤어
졌다. 그리고 그녀는 또 그 일을 인증했다.


"하아…"

그런데 이번에는 좀 그랬다. 글에서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역력하게 묻어나왔고, 한번이야 뭐…
하는 느낌으로 재밌게 봤던 사람들이 왠지 좀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 응쥬님 박스님 좋아하심? ],
[ 둘이 진짜 만나세요? ]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조금 싫었다.

그래서 적당히 농담 섞긴 했지만 정말로 전혀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고, 또 그 때문에
엉뚱하게 여자 회원들 몇몇이 비아냥 섞인 글을 남기긴 했지만 워낙에 그녀의 외모가 박색했기에 다들
내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넘어갔다. 게시판상의 개그 커플 소재로 종종 언급되긴 했지만.


이후 나는 그녀의 만남 제의를 번번히 거절했다. 회사 핑계, 선약 핑계 등등.

뻔히 그녀의 마음이 엿보이는데 굳이 만나주는 것도 오히려 좀 아닌 듯 했고, 더이상 엉뚱하게 엮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같이 번화가를 걷다가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 그
게 신경쓰이기도 했다. 내가 뭐라고?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저 내 마음이 그렇다는데 어쩔 것인가.


그렇지만 결국 또 만났다. 별 생각없이 게시판에 보고싶은 공연 관련해서 글을 올려놓았었는데, 그 글을
보고 놀랍게도 이 여자애가 티켓을 끊어서 만남을 제의한 것이었다.

'아 이게 집요하게 들이대는 남자를 보는 여자들 마음이겠구나' 싶기도 했고, 이번에 가서 확실하게
선을 그을 생각으로 알았다고 했다. 물론 공연은 볼 생각이 없었다.



"박스 오빠!"

그녀는 하늘하늘한 흰 끈 원피스를 입고 왔다. 나름 열심히 고른 옷일테고, 그녀답지 않게 엄청 꾸민
티도 났다. 그렇지만 어울리지 않았다.

잔인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랬다.

우선 체형적으로 그녀의 단점…을 그야말로 극대화해서 드러내 보였다. 굵은 팔뚝, 뱃살, 통허리, 흰
색 옷에 의한 더욱 부해보이는 몸 등등. 멀리서 해맑게 웃으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데 아
솔직히 민망했다.

하지만 또 나는 모르는 척 웃어주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굳이 보자마자 뭐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마음이었다.


"야, 오늘 많이 꾸미고 왔네? 어?"
"나 오늘 이뻐요?"
"아유 오늘 공연 보러 가는 여자 중에 제일 이쁘네 제일 이뻐"

약간 과도하게 칭찬하는 농담이었지만 그녀는 뜻밖에 살짝 수줍어하며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허허.
그러나 기뻐하는데 괜한 독설을 쏟아부일 필요는 없겠지, 싶어 무어라 하지는 않았고, 나는 오늘의 '할 말'
을 위해, 아직 공연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잠깐 벤치에 앉자고 제의했다. 그녀는 나의 말에 오케이했다.

사실 그녀는 내가 뭐 하자고 하면 다 그대로 하는게, 아마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도 했을거다. 후우.
그리고 나는 잠시 바람이 멎고 주변이 조금 조용해졌을 무렵,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은주야, 너 나 좋아하냐?"

갑작스러운 타이밍의 질문에 그녀는, 평소답지 않게 당황하다가 어렵게 대답했다.

"…네, 좋아해요"

그순간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불안과 기대, 설레임과 희망, 걱정이 혼재되었을까.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그
마음에 대해 정리 아닌 정리를 해주었다.

"난 안 좋아해"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제스쳐도 취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의 공기는 그녀의 실망과 좌절, 부끄러움, 작은
분노, 슬픔, 우울 등을 마치 색깔이라도 바꾸어 보여주듯 선명하게 그것을 나에게 전달했다. 나 역시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조금 시원했다. 미안한 마음 같은 것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굳어있던 그녀는 무어라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또 입을 닫고, 그렇게 우리는
어색한 30분을 흘려보냈다. 정말로 쌉싸름한 시간이었다. 내 옆에 앉은, 나름 최대한 예쁘게 꾸민 여자애
가 자신의 감정을 어쩔 줄 모르고 열심히 숨기는 그 시간동안 나는 참 잔인하게도 바로 옆에 그렇게 앉아
있었다.

공연 시작 10분 전.

겨우겨우 감정을 추스린 것인지, 아니면 비싼 공연 티켓이 아까웠을 따름인지 그녀는 "오빠, 공연 보러
들어가요. 시간 다 됐어요" 하고 침착하게, 애써 밝은 톤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나쁜
놈이 되기로 했다.

"안 볼래"


그리고 그 직후 그녀의 표정이 아주 순간적으로 무너질 뻔한 것을 난 발견했고, 모른 척 했으며, 속으로
그냥 공연까지는 같이 봐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하지만 구태여 공연을 안 본다고 한 것은
그만큼 '돈 지랄'을 만들어버리면 그녀가 나를 싫어하기에 더 용이하겠지, 라는 참 가소로운 배려였다.

어쨌든.

그녀는 그렇게 또 할 말을 잃어버렸고, 우리는 그렇게 벤치에 또 한없이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먼저 갈까' 하는 생각을 할 무렵,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나를 보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 나는 그제서야 차마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기조차
미안할 정도의 어떤, 격렬한 심적 번민을 느꼈다.

"오늘 공연, 같이 못 봐서 아쉬워요. 저 그리구 오빠랑 데이트 하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막 오빠랑 커플된 거 축하해주고 그런 댓글 남겨줘서 막 연애하는 기분도 들고 그래서 저
되게, 장난스럽지만 그래두… 흐, 좋았어요. 저 때문에 곤란했죠? 미안해요 오빠. 오빠 그럼 저 먼저
들어갈께요"

하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쓸쓸히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왜 그리도 연악하고 처량해보이던가. 아…


"은주야"

나는 조금 더 고민하다 저기 멀어져가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두 어 걸음 더 어렵게 뗀 그녀가 눈가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이며 돌아섰을 때 내가 느낀 그 감정은 연민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은주야"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가 나의 말에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을 무렵 나는 말했다.

"밥…먹고 가자"

폐쇄적인 여성 커뮤니티 망상

"야 니네도 거기 냄새 심함? 나 요새 좀 이상해"
ㄴ 언니 그거 병원가야 돼
ㄴ 그거 버티다가 만성화 되면 클라
ㄴ 언니 남친 손에 콘돔 끼우고 하라고 그래
ㄴ ㅋㅋㅋㅋㅋ난 몰랐는데 전 남친이 조심스럽게 말꺼내서 그때 암;;; 그 전남친들은;;



"아 섹스 땡긴다 ㅆㅆ"
ㄴ 나두ㅜㅜ
ㄴ 난 남친 있는데도 있는거 같지가 않아 후우
ㄴ 전 남친이 그거 하난 진짜 잘했는데;;;
ㄴ 남친한테 전화해야징!


  
"변비 전문가들 정보 좀;;; 나 8일째야;;;"
ㄴ 괜히 약 먹고 속버리지 말고 그냥 병원가서 관장해
ㄴ 남친이랑 모텔가서 한번 줘 거기로 공짜 관장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



"솔직히 몸무게 65 넘는 사람? ㅠㅠ 나 미쳤어 진짜"
  ㄴ 65가 미쳤으면 난 지금 긴급 입원해서 구속복 입어야겠네;;;;;
  ㄴ 솔직히 65 미만이 사람이냐? 뼈다귀지
  ㄴ 여자는 60이 적절~
  ㄴ ;;;; 언니 그러다 남친 떠난다 나두 살찌고 깨짐 자신감 파멸ㅜㅜ  
      ㄴ 난 원래 모태솔로라 걱정없음



"[모솔] 나 담주에 남친이랑 여행가는데 어찌해야함??"
  ㄴ 속옷 아래 위 맞춰입는거 알지? 남자들 은근히 그런거 본다?
       ㄴ 얘 아다인 듯
       ㄴ 얘 아다인 듯(2)
  ㄴ 별거 없어 걍 팬티 벗길 때 허리만 슥 들어줘~ㅋㅋㅋㅋㅋ
  ㄴ 남친 힘쓸 때 같이 허리 흔들어줘 이쁨 받는다
  ㄴ 소세지로 집에서 연습해 그거 첨 할라면 힘듬
     ㄴ 그것도 해줘야 함?????
        ㄴ 안해도 되긴 한데 남친이 요구할 때 안 해주면 삐짐ㅋ





…어쩌면 당신의 내숭스러운 여친, 그녀의 실체는 저럴지도 모릅니다.  

특히 인터넷 오래하고 어지간한 Geek스러운 남자친구들 못지 않게 웹 계의 이슈에 해박하고, 오덕
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으며(만화나 게임 좋아하고), 결혼/시댁/연애의 매너 등 몇몇 이슈/키워드에
대해 다소 히스테릭할 정도의 스테레오적 반응을 보인다면 특히나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의 여자애들보다 남자들의 숨은 괴벽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를 해줄 가능성이 있고…음, 뭐 여튼 뭐 더 있겠죠.

다만 단점이 있다면 당신이 무엇인가 실수를 했을 때, 그녀의 '인터넷 친구'들은 한결같이 외칠 것
입니다.

"헤어져"

라고.


"저도 당연히 연애하면서 우울함 느끼죠" 망상

"작년 크리스마스였나? 유경이라고 있어요. SM에 있던 앤데, 여튼. 걔랑 이제 레지던스에서 막 둘이
트리 장식하고 완전 깝치면서 연말 분위기 좀 냈죠.

아 근데…

갑자기 걔가 탁 맥이 풀리면서 주저앉아서 막 미친듯이 우는 거에요. 아무 이유없이.

그래서 제가 황당해서 야 왜 그래? 하니까 대뜸 죽고 싶다지 뭡니까? 그래서 너무 진짜 기가 막혀서
왜 그러냐니까,

아 저를 소유할 수 없다는게 그게 너무 힘들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아 오늘은 내가 니 남친 아니냐,
어? 뭐 정 그러면 내가 일주일간 사귀어 줄 수도 있구, 이러니까 더 엉엉 울면서

자기는 이런 힘든 연애 처음 해보고, 괴롭다는 거에요. 자기는 꼭 뭐든 맘에 드는건 가져야 속이 풀리
는데, 저는 그게 아니니까.

그래서 제가 야, 남자가 뭐 물건이냐? 뭘 소유하고 그래, 하면서 저도 기분 나빠져서 문 쾅 닫고 집에
와버렸는데

그 다음 날 걔가 자살했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솔직히 아직까지 좀 죄책감은 있습니다. 아니 뭐
경찰 조사에까지 막 불려다니고 이런 기억은 좀 거시기하지만. 그리고 사실 크리스마스에 집으로 와서
태영이 누나랑 같이 보냈거든요. 미안하긴 미안하죠. 걔네 부모님은 아직도 저 욕한대요. 존나 어이
없어서 진짜.  

여튼 연애라는게 참 어렵죠. 쉽지 않아요 진짜"

신인 모델 김박스의 늦은 아침 망상

어제 촬영 뒷풀이로 데낄라를 얼마나 퍼마셨는지. 눈을 뜨자 이미 시간은 오후였다. 으음.

"쿠후"

아저씨같은 거친 숨을 내쉰 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터덜터덜 거실의 냉장고로 향한다.
냉장고 속에는 말라비틀어진 레몬 반 조각과 0.5리터 생수 두 병 뿐. 생수 하나를 따서 벌컥벌컥 마신다.
그제서야 조금 가뭄에 단비들 듯 불덩이 같은 속이 내려간다.

"흐음"

콧바람을 내쉬고는 터덜터덜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대충 털어 정리한다. 세탁기 옆 큼지막한
빨래 바구니 속에 모조리 쓸어담고서는 다시 침대 옆 창의 블라인드를 내려놓은 채 창문을 연다.

"아, 죽갔네"

머리가 핑핑 돈다. 차라리 어제 한PD가 집으로 가자고 할 때 갈 걸. 그랬으면 그녀가 끓여주는 해장국
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냐, 됐어. 또 그 여자랑 엮였다가는 골치아파.

중혁이가 그 여자랑 엮였다가 잘못 꼬이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안 좋은 소문 되는거 보면. 에휴. 깝깝한 놈.
거울을 본다. 슬림한 라인은 여전하지만 요 얼마간 좀 운동을 쉬었더니 복근 라인이 희미해졌다. 쩝.
이따가 운동 나가야겠다. 마트 가서 먹을 것도 좀 사고.

아.

혜경이한테 시킬까. 아냐. 괜히 또 그 기집애… 아 씨. 휴대폰은 어디 갔어? 아 저깄다. 만취해서 비몽사몽
하는 와중에 그래도 아이폰 충전잭을 끼우고 잔 나 자신에게 놀란다. 일단 옷 좀 입자. 널러놓은 속옷걸이대
에서 팬티를 하나 슥 집어 툭툭 털고 입었다. 다 혜경이가 사준 거다. 예나 지금이나 그녀에게 참 신세를
많이 진다.

휴대폰을 슥 집어든다. 확인하지 않은 코코아톡 메세지가 16개. 기획사 매니저 민준이 형한테서 온 다음
촬영 스케쥴 안내, 그리고 경수한테서 온 간만의 안부 메세지 하나. 하 새끼. 나머지는 모두 거의 여자애
들에게서 온 메세지들이다. 아, 아니다. 남자애들 것도 몇 개 있네.


[ 내일 뭐해? 맛있넌거 먹자 ]

윤주. 33살이나 쳐먹고 아직도 미끈한 어린 남자애들이나 건드리고 다니는 좀 사는 집 기집애. 디자이너
한다고 나대면서 유학 4년 다녀온 애가 나만큼도 영어를 못한다. 물론 감각도 썩 좋진 않다. 하지만 알게
뭔가. 나는 걔가 만든 옷이 아니라 걔가 이쁘면 그만이다. 일단 [ 그래 이따가 연락할께 ] 하고 답장부터
보내놓는다. 하지만 어차피 이 기집애도 보나마나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다.

[ 오빠 저 이번 주말에 연주회하는데 오시면 안되요?ㅎㅎ 울 아빠도 국무회의 마치고 바로 온다고 하셨는데
오빠 소개시켜드리고 싶은데 ]

상미. 요즘 공 들이고 있는 애다. 헥타곤에서 나한테 먼저 들이댄 앤데 알고보니 배경이 장난 아닌 애다.
뭐 덕볼 일이야 없겠지만 그냥 그 자체로 호기심이 간다. 역시 좀 되는 집에 사는 애라 그런지 뭔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관심이 간다.

[ 미스터 김, 금요일날 우리 남편 아르헨티나 가느라 집이 비는데, 김기사 집으로 보내도 돼? ]

아… 씨. 아… 나. 작년에 조금 어려웠을 때 상식이 소개로 호빠에 잠깐 나갔었다. 호빠라고는 해도 그런
싸구려는 아니고 회원제 클럽이라서 수준은 되는 곳인데… 아 모르겠다. 일단 보류. 아 씨발 아줌마 아.

[ 박스 오빠ㅋㅋㅋ나 Q호텔 숙박권 생겼는데요ㅋㅋㅋㅋ ]

스킵.

[ 오빠 나 잠이 안 와요ㅜㅜ ]

스킵. 역시 어린 애들은 건드리는게 아니다. 진짜 귀찮다. 아.

[ 야 박스야 대박이다ㅋㅋㅋ저번에 같이 촬영했던 민경이가 너 좋게 봤나보더라 번호 갈쳐줘도 돼?? ]

어? 얼? 어 잠깐만, 허허, 뭐여 이거. 정말? 아 잠깐 떨리는 마음 진정 좀 하고. 언제 온거야? 아 씨발
어제 밤에 온 거네. 왜 이런 메세지를… 아 씨발. 아아 씨발. 아 씨발, 아냐아냐, 태진이 이 새끼가
알아서 번호 줬겠지. 일단 이따가 전화 한 통.

[ 오빠 자요? ]

아 은미네. 음, 얘는… 오케이, 이따 전화 한 통.

[ 형, 아네모네 가게 되면 거기 매니저한테 승준이 못하게 됐다고 말 좀 잘해줘. 아 골아프다 나도 ]

몰라 씨발. 내일도 아닌데 신경 끄자.

[ 박스 오빠, 오빠 손가락 사이즈 어떻게 되여?? ]

얘 보면 좀 불쌍한게… 아냐 됐어. 일단 받을건 받고~ 이따가 얘도 전화 한 통. 아 나머지는 그냥
플러스 친구구나. 오케이. 스킵.


하아. 스팸문자 메시지 때문에 문자 메시지 함은 확인 안 한 메시지가 100통이 넘어간지 오래다.

[ 오빠 저 정말로 딱 한번만 더 만나주면 안되요? 오빠가 해달라는거 다 해드릴께요 ]

니가 누군데 미친 년아.

[ 미스터 김, 1시간째 답장이 없네? 혹시 여친이랑 있는거야?ㅎㅎㅎ 요즘 용돈이 좀 부족한가부네.
미안해, 큰거 3장 줄테니까 금요일에 꼭 봐? ]

아 이 아줌마 단단히 몸 달았네. 카톡에 문자에… 안되겠다. 시마이해야겠다. 뭐, 이번 것만 받고.

[ 박스 오빠 나 요즘 마음이 너무 흔들려, 오빠 앞에서 그냥 더이상 친구로만 지내는거 나 너무 힘들어 ]

코웃음이 난다. 야 너가 누군데. 난 니가 누군지도 몰라 이 년아. 아 미친 년들 많… 아 이 번호 윤경이
번혼가? 아…잠깐만. 내가 얘 번호를 저장을 안 해놨던가? 어, 그러네. 윤경이 맞나? 맞으면 대박인데.
아 씨발. 야 너는 내가 아니라 우혁이가… 아 모르겠다. 아 몰라 진짜. 아 씨.

[ 오빠 저 기억나요? ]

누군데 진짜. 아 기집년들 코미디 하나.

[ ㅎㅎㅎ왜 전화 안 주세요? 아 나 속상할려고 그래ㅋㅋ ]

어 잠깐만. 이거 혹시 아까… 이거 혹시 양민경 번호인가? 오 씨발!



…그렇게, 잠깐 휴대폰을 뒤적이며 뻘 시간을 보낸 후, 난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방을 둘러보았다.
가볍게 한숨을 쉬고, 옷 방에 가서 그냥 흰 티에 네이비 린넨 블레이저를 가볍게 걸친다. 속 쓰리다.
해장 커피라도 한잔 하고 와야겠다. 대충 손에 집히는대로 흰 반바지를 슥 입고는 맨 발에 챰스 슈즈를
신고, 한 손에는 휴대폰, 한 손에는 머니 클립 하나 들고 문을 나선다.

뭐 먹고 들어와서, 운동 좀 다녀온 다음에 이따가 저녁에는 한남동이나 가야겠다. 집 청소는 혜경이한테
부탁하고, 윤주랑 저녁 먹어야지. 오케이. 간만의 연휴, 제대로 쉬자.

가끔 인터넷 돌다보면 내 똥글 무단펌질한 새끼들 보이는데 망상

사실 저작권 개념 따위는 개나 줘버린 조선민족 특성상(물론 나 포함) 무단펌질은 어차피 막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까놓고 말해서 아무도 안 봐주는 것보다야 누가 봐주면 좋지. [근데 개새끼야 너 아니
더라도 볼 사람은 내 블로그 와서 봐주니까(난 그거면 충분하다) 그만둬라]

야, 만약에 누가 니 딸내미가 이쁘다고 납치해다가 사람들 앞에서 스트립쇼 시키면 기분 좋겠냐? 그래
놓고 "하하 다들 이쁘다고 칭찬하잖아요 님도 기분 좋을 듯" 하면 기분 좋겠어?


근데 씨발 가끔 진짜 열 뻗치는게 뭐냐면… 

뭔 좆같은 새끼들, 특히 디씨, 오유의 나이 먹은/어린 새끼들이 펌질을 해간 다음에 출처 표기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데, 물론 딸딸이 배울 무렵부터 인터넷 습관이 그저 오로지 펌질, 펌질, 방문자수 UP!
OK! 그따우로 들었으니 그걸 이제와서 고칠 수야 없겠지. 그건 뭐 저열한 조선의 인터넷 문화습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고 통탄하면서 억지로 이해하기는 하는데… (하지만 이러다가 열 뻗치면
이 글 아래에서 두번째 문단의 조치를 취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라)

아 나 가끔 헛웃음이 다 나오는게 뭐냐면, 

이 개새끼들이 지가 쓴 글인 양 구라를 친다니까? 가끔 그나마 털 숭숭난 후장 속 그나마의 핑크빛
괄약근 마냥 털 난 양심에 한줄기 켕기는 부분이 있는지 누가 막 

"ㅋㅋㅋ아 이 새끼 글 재밌네? 너 잘 쓴다 더 써봐라ㅋㅋㅋ"

같은 댓글을 달았을 때 가만히 숨 죽여지내면서 은근히 '칭찬은 받아 기쁘지만 내가 쓴 것인 척은 안 했음'
하는 자기만족 하는 새끼들도 보이는데 개새끼야 댓글다는 사람들이 다 니가 쓴 글 줄로 착각하면 최소한

"아, 제가 쓴 글은 아니구요"

한 마디는 해야지. 아니면 너도 걍 무단전재한 후에 사칭한 거 밖에 안되는 거 아니겠냐? 어?  


도대체 남의 글 퍼다가 칭찬받으면 그게 막 똥구멍이 근질근질해지는게 막 누가 똥까시 해주는 것처럼
기분좋나? 왜 그래 도대체.  

정말로 문익점 정신으로다가 '아 이 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출처표기는
제대로 명기하고 어디로 퍼가는지 정도는 이 블로그에 댓글로 달아라. (그래야 씨발 엉뚱하게 퍼가서
내가 괜히 개쌍욕 먹는 일 없지(그리고 그래야 나중에라도 내가 지워달라고 요구라도 하지(그리고
왠만하면 하지마)))

이 블로그 좀 오래 들여다 본 사람은 알겠지만 네이버 미투데이에 융이라고 나이 먹을만큼 먹은 좀
유명한 사람 있는데 그 사람이 내 글 무단으로 펌질해다가 무단전재한 글이라는거 안 밝히고 막 글을
지좆대로 편집해다가 친구들이랑 난장까고 놀다가 개망신 당한 적도 있다. (근데 그 문제로 네이버
측에 해당 미투데이 폐쇄조치까지 건의했었는데 네이버는 개무시하데? 씨발 좆같은 네이버 개새끼
들아(이해진 CEO님아 니네 직원들 일 제대로 열심히 안하는 거 같다(이용자의 불만고조))) 


그래 뭐 사실, 까놓고 말해서 무단전재, 더 나아가 저작권 앞에 완벽히 자유로운 사람이 어딨겠냐. 
근데 최소한의 어떤 도, 어? 딱 이거는 아 좆같은데? 하는 기분 들게 하는 그런건 없어야지. 안 그냐?

특히 내가 요즘 내가 경제적으로 힘들다, 싶었을 때 딱 어차피 기왕 책도 낸거 무단펌질한거 하나하나
다 잡아내서(요즘 포털은 기술도 좋아, 문장으로 검색하면 후두두둑 딸려나와) 너한테다 손해배상
청구해서 합의금으로 용돈벌이라도 시작하면 어쩔라구 그러냐? 

잘하자 우리. 군자인 척 하지만 결국에는 나도 소인배다. 남이 내 글로 칭찬 받으면 배 아프다고.
그러니 소인배의 좁디 좁은 밴댕이 소갈딱지 폭발하는 날 모두가 좆되고 나만 돈 버는 아주 기쁜 날이
올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언제나처럼, 그렇게 소설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어두운, 저 구름 너머 노을만이 그저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설프게 위로해주려는
것 같아 눈물까지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마음에 한없이 기분이 다운된다.

몸까지 천근만근 무거워져, 집에 가자마자 널부러져 자고 싶어진 그런 퇴근길… 문득 눈에 들어온 언제나의
동네 바. 잠깐 고민하다 칵테일 한잔만 하고 가자, 하고 나 자신을 잡아 이끈다. 들어서자 여기 바만의 살짝
기분좋은 남자향수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히고, 그리고 그 냄새를 유독 싫어했던 혜지 생각에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나 안 맞았다.



"진 토닉이요"

주문을 하고는 묵묵히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 그리고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때려치우고 싶은 회사. 이유없이 전화 목록을 흘려보내다가 짜증스러운 직장 사람들 번호가 눈에
들어오자 가벼운 스트레스가 내 콧가에서 귀 뒤로 넘어간다. 어둑한 조명,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잠깐 눈을
감았다뜨자 조금 어색한 얼굴로 여자 알바생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곧 쟁반에서 컵받침과 칵테일, 비스킷
대여섯개가 든 작은 접시를 내려놓고 돌아간다.

'후'

미미하게 스쳐지나가는 그녀의 잔향을 맡으며 혼자 괜히 기분에 취해 잔을 들고 한 모금 아주 홀짝 맛을
본다. 오늘의 술맛은 조금, 쓰다.


구석진 자리라서 더 좋다. 구석 벽 기둥을 마주본 내 테이블을 포함한 이 한 평 남짓한 공간은 마치 나만을
위한 공간같고, 그래서 잔잔한 생각에 잠기기 좋다.

이별을 겪으면 이 바에 자주 들렀다. 이유는 그저, 사람이 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저녁 늦은 시간에는 꽤
시끄러울 정도로 북적대지만, 이 무렵의 시간대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조용한 바의 이
구석자리에서 나는 참 못나게도 많은 눈물을 몰래 훔치곤 했다.

이별을 했을 때도 그랬고, 그저 삶이 막막해질 때면 이 바에 와서 혼자 멍하니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렇게 조금 취할 무렵까지 혼자 술을 마시다보면, 그리고 문득 사람들이 제법 들어왔구나 하고 느낄 무렵
일어나 집으로 향하면, 그 선선해진 밤기운에 조금은 마음이 달래지는 듯 해서 그래서 좋았다.

참 오래도 갈구했다. 그저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사람, 친구든 연인이든 선배든 누구든, 항상 옆에서 그냥
내 못난 모습을 보더라도 등 두드려주면서 힘내라고, 가끔은 내 못된 성질까지도 받아줄 그럴 사람이 만약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많이 했고, 그리고 또 항상 이 바 이 자리에서 '그런 거 없어도 돼, 그냥
나 혼자 이대로 가면 돼' 하고 씁쓸함을 느끼면 그걸로 되었으니까.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그 어처구니 없을 만큼의 허세에 몸서리를 치고나면 그 지친 마음에 주사라도 맞은 
양 조금은 힘이났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많은 것을 내려놓고 그냥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을 때, 언젠가 나는 분명히 될 것이다 라는 그
근거없는, 아직까지도 완전히는 내려놓지 못한 그 믿음의 많은 부분을 포기했을 때 나는 참 외로웠다. 

그 오만하고도 이기적이고, 몽상에 가득찼던 내가 언제부턴가 그저 적당히 오늘만, 그저 오늘만 무사히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사실에 깊은 실망과 우울을 느낄 무렵, 그렇게 나는 어느새 애 같은
어른이 되어버렸고, 철들지 못한 그 한심한 자신을 오늘도 해 저문 어둠의 집 근처 골목길로 숨겨버린다.


"박스 엄마" 망상

"어우, 박스 엄마. 좀 힘드네? 선이라는게, 그게 아무나 소개시켜줄 수 있는건 아니잖아.
아 물론 박스 엄마 마음은 잘지. 그리구 내가 알잖아. 박스 착한거.

근데 요즘 애들이 어디 뭐 그런거 보나? 조건 따지지?
어휴, 쫌 힘드네. 여기저기 알아봐도, 아가씨들은 엄마들이 워낙에 배경 이런거를 봐서.

저기 그럼, 응? 자기 이 말 기분 안 좋게 생각하지 말구 들어봐? 요즘에, 그, 요즘에는
하도 여자들이 꾸며서, 또 지가 꿀리는게 있으니까 차라리 아가씨들보다, 돌싱, 이라는
말 들어봤어?

아 물론 이게, 음! 그래, 톡 까놓고 말해서 좀 거시기하긴 해두, 이혼하고 돌아온거니까
아 그래, 돌싱이 뭐냐면, 돌아온 싱글, 응? 이, 이혼한 여자들 말이야. 요즘에 이혼이
많아서 재혼은, 아 그래 재혼은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잘한대. 시댁에도 잘하구.


뭐?

아니 그럼, 어쩔건데. 어후, 안돼 안돼. 박스 엄마, 나 갈께용? 미안해용?"

2012 대변신 프로젝트 망상

일단 프로젝트 기간은 6개월 잡고…

너무 대놓고 칼질을 해대면 갱생 프로젝트의 의미도 없고 보람도 없는데다 반전 효과가 떨어지니까 딱
성형의 수준은 적당히 쌍수 및 앞˙뒤트임(상황 봐서), 코 필러, 광대˙턱 보톡스, 이마 라인교정, 턱 라인
지방흡입 + a 정도에서 쇼부 보고 최소 3개월 정도 지켜보면서 이제 적당히 붓기 빠지고 자리 잡기 시작
하면 본격적으로… 

D-DAY 약 3개월 전부터 압구정 피부과 끊어서 피부 체질 개선 및 3단계 퍼펙트 스킨 프로젝트 추진해서
D-DAY 전후해서 최소 약 일주일 정도 최고의 피부 상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 들어가고…

아울러 그 한달 앞서 3개월간 PT 붙여서 꾸준한 체중감량 및 라인 메이킹 작업하고 마지막 한달은 가벼운
헬스와 폭풍 수영 강습으로 몸의 유연성 및 부드러움을 극대화하며 식단은 당연히 전문 영양사 자문 받아
PT 조언 하에 철저한 관리식단. 물론 옆에 전직 모델 출신 매니저 붙여서 1:1 식습관 감시 들어가고

그렇게 피부와 몸매가 슬슬 만들어져가면 다니는 피부과 선생님과 메이크업 전문가 대동 하에 가장 피부에
맞는 화장품 브랜드 선정 후 D-DAY 한달 전 쯤 1차적으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메이크업 방향 설정하고

이제 D-DAY 일주일 전부터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하루 8시간 이상 지내면서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고려해서 가장 어울리는 의상 컨셉 정한 후 최종 후보 스타일 세 가지 정도 준비하고 당일 컨디션 및 각종
변수 고려하여 제일 어울리는 의상으로 드레스업. 또한 레드카펫 드레스급 스타일리시한 디자이너 드레
스도 한 벌 미리 대여하고…

또한 대형 헤어체인 안테나샵 실장급 선생님께 가장 어울리면서도 빛날 헤어스타일 상담받고 그날부터
종합 헤어케어 서비스 들어가다가(D-DAY날까지는 철저히 후진 헤어 스타일링) 드디어 그 날이 오면
헤어 대변신.

마지막으로 연기학원 2개월 속성반 끊어서 철저한 어글리 이미지 메이킹과 또 그에 반대되는 지적인
미인의 행동양태 교습받고 그 외에 발음 교정도 실시. 자세나 걸음걸이 같은 것도 인근 모델학원 선생님과
연계해서 지도받고.

그녀의 준비와는 별개로 이쪽 역시 모델 출신 특급 훈남 일일 비서 준비시키고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기사 대동한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 세팅한 후, 종합 무술 10단 이상 단단한 외모의 경호원 2명까지 섭외.  

또한 프로젝트 시작일부터 D-DAY 바로 전날까지 일부러 옷도 후지게 입고(라인도 안 드러나게 박시하고
펑퍼짐하며 촌스럽게 입고), 메이크업도 좀 수수하게 하고 다니고(그럼에도 살 빠지고 얼굴이 만들어져
가므로 나중에는 의도적인 어글리 메이크업 실시), 맨날 얼굴 크게 가리는 큰 뿔테안경 같은 걸로 외모
많이 가리고…

이제 D-DAY가 되면 이제껏 준비한 모든 것을 폭발시켜 최대한 멋지게 꾸민 다음, 일부러 지각 출근. 

사무실 모두가 조용히 앉아 일할 시간에 일부러 더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 내면서 사무실에 등장. 

사람들이 '뭔 소리야' 하면서 흘낏 쳐다보는 순간 전혀 몰라볼 미인이 들어오니까 시선집중 받으면고
그중 그나마 동료가 "헉!! 어머, 어머!! 어머 이게 왠일이야 어머!!! XX씨 맞아? 어머, 왠일이야 어어?
오늘 무슨 날이야? 어? 장난 아니네!! 오늘 장난 아니야!!" 하고 호들갑 떨게 만들고

사람들 시선 그렇게 다 집중되면 싱긋 웃으면서 "죄송해요, 오늘 제가 늦었죠…" 하고 머리카락 살짝
귀 뒤로 넘기고 미소.

이제 남자직원들부터 인근 동료까지 "와 이게 누구야…대박,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래? 어? 아니 XX씨
오늘 무슨 선 봐? 어? 장난 아니네?" 하고 감탄 시작하고 옆 파티션의 부장급 직원 하나가 "아니 무슨 일
이야? 어?" 하고 꼬장 피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면 또 싱긋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웃음으로 애교
떨고 사람들에게서 미친 주목 받으면서 폭풍 메신저 받아가며 일 시작.

막 진짜 회사의 아침을 그렇게 다 뒤집어 놓을 무렵, 이제 점심시간 직전, 다들 나른하고도 슬쩍
예민해져 있을 바로 그 시간에…


뚜벅 뚜벅 남자 구두 소리와 함께 미리 준비해놓은 모델 출신 키 185cm 딱 떨어지는 라인의 훈남이
경호원 둘을 데리고, 손에는 드레스가 들어있는 박스를 들고 들어와서 일부러 살짝 높은 목소리로
사무실에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 직원에게

"XXX님 자리가 어딥니까?" 하고 물어봄.

일단 블랙 정장 입은 간지남과 어깨 둘이 등장하니 자연스레 사람들 시선 쏠리고, 게다가 그들이
찾는 대상이 오늘의 신데렐라이니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할 무렵 이제 성큼성큼 신데렐라 자리로
가서 그 드레스 박스 건내면서

"아가씨, 오늘 회장님이 이 의상 입고 부디 꼬옥 참석하시랍니다"

하고 말함. 그러면 이제 오늘의 여주인공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안 갈 거에요" 하고 고개를 젓고
경호원 둘은 조금 당혹스러워하지만 훈남은 슬쩍 미소지으면서

"오늘 꾸미신 것을 보니 이미 준비하신 것 같은데요? 그럼 회사 입구에서 퇴근하실 때까지 기다리겠
습니다. 혹시 몰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선생님도 불렀으니 이따가 퇴근하실 때 이 옷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도 확실히 해서 오시기 바랍니다"

하고 다시 몸 돌려 나갈 무렵에

"안 간다고 했잖아요"

라고 여주인공이 말하고, 그때 다시 그 훈남 모델이 진지한 얼굴로 "회장님 연세가 이제 팔순입니다.
건강도 많이 안 좋으시구요. 아버님은 몰라도, 아가씨만큼은 꼭 보고싶어 하십니다. 부디 참석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고 딱 잘라말하면

조금 생각하는 척 하다가 "이번 딱 한번 뿐이에요" 하고 여주인공이 말하면 이제 그 셋은 퇴장. 그리고
회사 건물 근처 주차장에서 떡하니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 타고 대기.


점심시간 내내 이제 이 이야기가 온 사무실 안에서 대화제가 될 무렵 정작 여주인공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척 하면서 사람들이 막 이것저것 캐물으면 "아… 아니에요. 그냥…", "죄송해요" 같은 답변만
늘어놓으면서 더 사람들의 호기심만 무럭무럭 키우다가

딱 팀장한테만 오후 반반차 낸다고 하고 재가받으면, 그렇게 퇴근 한 두시간 앞두고 드디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선생님 올라와서 바로 여직원 휴게실에서 드레스로 갈아입고 변신 시작. 그렇게 딱 퇴근 시간
맞춰서 완벽히 변신하면 다시 사무실 돌아와서 백만 챙기고 아까 그 훈남 비서 에스코트 받으면서
사람들 퇴근할 때 시선 미친듯이 받으며 딱 그 회사 근처에 세워놓은 리무진 타고 어디론가 출발.

물론 그 다음 날부터는 다시 평범한 하루로 돌아오고 사람들이 도대체 XX씨 정체가 뭐야? 어? 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정말" 하고 어색한 미소만 지어보이는데

더이상 굳이 수수하고 안 꾸미고 펑퍼짐하게 입고 다니고 뭐 이러진 않으니까 새삼 달리 보이는 그녀
에게 사람들이 놀랍도록 관심갖는




…이런 클리셰적인 개쌈마이 유치 치졸 13류 여성 현실탈출극 같은거 보고 싶은데 뭐 그런 거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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