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맨 소설



* 경고: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기업이나 인물, 제품 등은 허구의 것이며, 현실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미리 분명하게 밝혀 둡니다.


--------------------------------------------------------------------------------------------



판사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재판장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나의 운명은 물론, 우리 그룹의 미래까지 꽤 많은 것들이 크게 바뀔 것이다.

"후우"

대한민국 최고의 변호사들로 드림팀을 꾸미고 입김이 닿는 정치계 인사들과 법조계 원로, 전현직 판검사들을 통한 압박에 나섰음에도 워낙에 여론과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아, 변호팀은 6:4 정도의 조심스러운 우세를 내다보았다. 그러나 그 말은 달리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아슬아슬한 우세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대용아, 아슬아슬하게 이기는건 아무 의미가 없단다. 오히려 그건 상대에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언젠가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줄 뿐이지. 압도적인 승리만이 승리라고 할 수 있는거다. 아니면 아예 근성부터 다 바꿔버려. 처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고. "

정정했던 시절의 아버지가 제왕학으로서 누차 했던 그 말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나를 더욱 압박하고 있었다. 안경의 콧잔등 사이로 흐르는 땀방울은 턱을 지나 수의의 가슴팍을 적셨고, 나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리고 판결문을 손에 든 재판장의 입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게 유죄라는 것인지, 무죄라는 것인지 알듯 모를 듯하게 왔다갔다 살랑거리던 판결문은 곧 하이라이트에 접어들었다.

"…하여, 피고 김대용의, 뇌물공여 및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그만 코웃음을 쳤다. 참관인석에서는 "와-"하는 기쁨의 탄성과 "이건 말도 안됩니다" 라는 최 이사의 호통이 동시에 터져 나왔고, 변호인단은 일제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그저 허탈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불행 중의 다행일까. 그때의 웃는 표정은 평생 내 사진 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으로, 다음 날 대한민국 모든 일간지 1면 표지를 장식했다. 망할.







메탈맨






감방 생활은 생각보다 적응이 쉬웠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재벌가의 장남으로 온갖 시선과 답답함 속에서 자란 나에게 감방은 차라리 해방감마저 주는 데가 있었으니까. 밥도 생각보다 먹을만 했고, 소위 말하는 '범털' 대우에 그 누구 하나 나에게 빡빡하게 구는 이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꽤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모범수'로까지 지정받아 꽤 많은 편의를 누렸다.

"하아"

하지만 딱 하나 괴로운 것이 있다면 변기였다. 아무리 천하의 진상그룹 회장이라고 해도, 감방에 비데를 들여놓을 수는 없었다. 전자담배까지는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반입이 가능했지만, 비데는 안된단다. 숨겨놓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문제는…"

내가 꽤나 심한 치질이라는 것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대기업 회장이 치질이라니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바로 그 글로벌 대기업 회장이라는 자리가 문제다. 40대의 젊은 회장이 어느날 원인불명의 병-대놓고 치질을 밝힐 수는 없는 거 아닌가-으로 입원한다면 기업의 주가는 물론 겨우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나의 리더십에도 심각한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 때문에 나는 꽤나 지독한 치질을 달고 있었는데, 덕분에 농담이 아니라 투옥된지 일주일 째 되던 날, 참지 못하고 진지하게 치질로 병보석을 신청하려고 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가 도너스 방석과 물티슈 두 팩을 건내면서 나를 말렸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내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상관 없지만, 아직 어린 아들과 딸까지 내 탓에 분명 놀림을 당할 것이라는 말에는 그만 나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참고는 있지만, 아침마다 곤욕을 치룰 수 밖에 없었고 대법원 3심에 이르는 재판 기간 동안 나의 치질은 꽤나 악화되고야 말았다.

"크흐… 쓰흡… 아아, 아… 어?"

쓰라린 똥꼬에 신경쓰며 변기에 앉아, 김 변호사가 건낸 오늘의 신문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경제면 한 켠에 그가 써놓은 붉은 싸인펜 글씨가 눈에 띄었다.

[ 한국군 첨단 전투복 사업 관련 특급정보 유출 위기 : 회장님 긴급 대응 요망 - SSS ]




근 10년 전 쯤의 이야기다. 아직 아버지가 정정하던 그 시기, 나는 당시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대실패를 책임지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나 있었다. 물론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고 진짜 이유는 국방부가 요청해 온 한국군 첨단 전투복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방부가 요청해 온 것은 약 2020년대의 미래 첨단 전장에서 활용될 병사들의 전투수트였다. 분대원간의 실시간 온라인 무선통신 기능이나 보다 강화된 신소재 방탄 장비, 전면 방탄 헬멧 등의 2세대급 차기 전투수트가 요구 사양이었는데, 해당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던 나는 아예 국방부에 역제안을 넣었다.

"이건 이것대로 진행하고, 별개로 세계 최강의 전투 수트를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일당백의 용사를 만드는 겁니다. 우리 기업의 첨단 기술로."

1km 거리 이내에서 대구경 저격총의 탄환을 막아낼 수 있는 초강화 전신 장갑, 위성과 링크되어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는 풀페이스 QLED HUD 방탄 헬멧은 물론 미니건, 초소형 대전차 미슬 등의 무기에 자체적으로 비행까지 가능한 로켓 엔진까지 탑재한 최첨단 전투 수트. 이른바 '메탈맨 프로젝트'

"그게 가능한 겁니까?"

당시는 물론 현재의 기술로도 양산은 꿈도 꿀 수 없지만, 돈을 퍼붓는다는 전제 하에 세상에 아예 안되는 일은 없다. 60년대 기술로도 달에 사람을 보내는게 돈의 힘이다. 그리고 그 개발 과정에서 획득되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는 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국방부는 혼쾌히 승락했고, 반대할 것으로 알았던 아버지 역시 의외로 해당 사업의 진행을 찬성했다.

"돈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당대의 기술력을 아득히 초월하는 최첨단 무기를 극비리에 만든다는 것은, 정말로 상상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평생을 단 한번도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나조차 덜컥 겁이 났을 정도로. 3천억 국방 예산을 배정받아 진행한 사업은 불과 반년 만에 돈이 증발했고 그 다음부터는 나의 개인 재산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효율을 높이고 속도를 조절했음에도 불과 3년 만에 생돈 1조원의 돈이 추가로 투입됐다. 그럼에도 메탈맨 프로젝트는 시작 단계였다.

당시 '차기 첨단 전투복 사업' 단장이었던 민 소장은 어느새 육군 참모총장이 되어 있었고(물론 내 입김이 꽤나 크게 작용했다), 덕분에 병사들의 막사 현대화 사업에 투자되었어야 할 6조원이 넘는 예산 중 절반이 추가로 메탈맨 프로젝트에 전용되었다.

뭐…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굳이 변명을 해두자면 사업가 기질을 가진 과학자가 뭐 하나에 미치면 원래 그런 꼴이 나는 법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첨단 수트는 근 10년 가까운 노력 끝에 완성이 되었다. 완성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갈 길이 멀었지만, 어쨌든 영화 '아이언맨'의 그것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위대한 과학 초인은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게다가 철저한 보안을 위해, 나는 실질적으로 본 사업을 진행한 우리 그룹 산하의 방위산업체 진상 테크윈을 다른 국내 대기업에 팔아버리기까지 했다. 메탈멘 관련 주요 정보들은 싹 파기하고 핵심 관련자는 모두 빼온 뒤에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보안을 신경써가며 현재 내 개인 자택에 고이 모셔져 있을-썩어빠진 똥별들이 가득한 한국 군대의 특성상, 이런 국가적 전략자산은 오히려 군부대 보다 우리 집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 하에 우리 집 지하에 모셔지게 되었다- 그 '한국군의 미래'가 유출이라니?

'도대체 누가? 왜? 어째서? 어떻게?'

나는 밑을 채 닦지도 못한 채로 김 변호사의 메모에 집중했다. 마지막의 'SSS'는 비지니스나 도청 등의 우려가 있어 대화를 쉽게 주고 받기 힘든 상황일 때 몰래 주고 받는 암호로, '매우 매우 위험한/중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후 근 일주일간 김 변호사는 면회를 오지 않았다. 매일 오던 그가 말이다. 아무래도 그의 신변에 무언가 큰일이 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김 변호사가 못 올 상황이라면 다른 누구라도 와야할 터인데 오지 않았다. 이쯤해서는 그룹 차원의 무슨 일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권의 문제일까, 아니면 군사적 이슈일까. 감옥 안에서 아무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던 나는 꽤 초조해졌다. TV에서는 그저 새 대통령과 새로운 정권의 이야기만 끝없이 나올 뿐,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단 하나도 얻을 수가 없었다. 신문도 마찬가지.

결국 나는 마음 먹었다. 놀랍게도 탈옥을 말이다.




글로벌 전자 대기업의 오너 총수 쯤 되면, 단순히 일반적인 기업의 CEO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게 된다. 내 결정 하나에 수십 만의 일자리가 출렁이고 수천만, 수억의 지갑사정이 흔들리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 이유 이외에도 군사, 정치적인 다양한 문제가 현실에 닥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외국의 산업 스파이나 혹은 그 사주를 받은 범죄자가 감방 안에서 나를 협박해서 고급 정보를 탈취, 어딘가로 보낸다면 하루 아침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 해 온 정보가 털리게 되는 셈이니까. 물론 그건 좀 극단적으로 희박한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당장 감방 안에서 내가 자살이라도 하면 바로 주가 지수가 요동치기도 할테고 말이다.

따라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도소 자체 경력은 물론 국가정보원 등에서도 신분을 위장한 요원들을 따로 투입해서 나의 신변을 철통 경호하게 되는데, 당연히 그들은 나에게 꽤나 협조적이다. 그들이 언제 또 나같은 대기업 회장과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 할 일이 있겠는가.

"부탁해요"

교도소 내 반입이 금지된 물건이지만 나는 '요원'을 통해 스마트폰을 반입 받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휴대폰을 꺼내어 쓸 수는 없었지만, 독방에서 등돌린 채로 변기를 바라보며 몰래 뉴스를 확인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런 망할!"

음모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 그룹사가 어느새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다. 명분도 그럴 듯 했다. 21세기에 걸맞는 투명 운영과 경영 혁신을 위해, 진상 그룹은 이제 그룹사 차원의 움직임이 아닌 각 개별 단위 기업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게다가 그것이 내 평소 생각이라는 어이없는 보도가 나가고 있었다. 그룹사 차원의 공채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것.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 진상 그룹 내에서 내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축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허"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그건 장난 수준이었다. 그 다음의 국제 뉴스를 보다가는 기절초풍을 할 뻔 했다.

"뭐?"

한반도에 미군의 항공모함이 세 대나 몰려 와있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한반도에 전쟁의 암운이 드리웠다는 것.

"이게 도대체…"

스마트폰을 전달한 국정원의 '요원'은 내 궁금증을 쉽게 풀어주었다.

"한달 전 쯤, 미국의 첩보위성이 베이징 상공에서 기묘한 것을 찍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최첨단 군사용 보병 에어 수트. 그…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에어윙 수트 같은 것으로 파악했지만 자체 로켓동력원을 가진 것이 확인되었고…"

요약하자면, 자국에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최첨단 무기체계가 갑자기 중국에 등장했으니 미국으로선 의심과 경악의 눈길로 중국을 쳐다 볼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미국의 새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핑계로 북한과 중국 모두에 압박을 시전한 것.

"단순히 겁만 주는거지?"

하지만 요원은 고개를 저었다.

"G2를 꿈꾸는 중국 입장에서는 여기서 쉽게 꼬리 내릴 수 없는데다, 일이 기묘하게 꼬여서 명분으로 내세웠던 북한이 핵실험을 진짜로 해버리면 미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무력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죠. 전 세계의 눈길이 쏠려 있는데 북핵을 용인할 순 없으니. 북한에 폭격을 할 겁니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거죠"

결론적으로 말해 내가 만든 전투용 수트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시간이 얼마나 있는거지?"
"미국의 계산으로는 아마 이주일 정도 후에, 북한의 핵실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직후 폭격이 시작될 겁니다. 2주라는 시간마저도 확실하진 않지만요"
"좋아, 나에게 해결책이 있어"



모든 것에 앞서 중국이 도대체 어떻게 내 수트의 설계도를 훔쳤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곧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국방부 서버가 해킹당했다는 것. 전쟁 수행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일급기밀 '작전계획'까지 싹싹 털렸다니 다른 것은 안봐도 뻔했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지만, 북한 내의 중국 영향력이나 북한의 보안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그 모든 것이 당일치기로 중국까지 넘어갔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즉시 탈옥을 준비했다. 그러나 탈옥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담장을 넘었다가는 정말로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 게다가 운좋게 감방의 담장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은? 경찰의 추격을 따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우리 진상 그룹마저 대규모 조직개편 등 누군가의 손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룹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내가 믿을 것은 교도소 내의, '범털'에 대한 얄팍한 기대심을 갖고 있는 수감자들의 도움 뿐이었다. 어이없게도.




"으따 식판을 100장이나 빼돌리 불면 이게 도오저희 티가 안 날 수가 없당게요? 당최 이걸 머에 쓴당가 몰러? 대용이 성님"
"대기업 회장이, 식판 100장 새로 사줄 돈이 없겠어요?"
"고것을 의심하는 것은 아이지만서도, 식판으로 무엇을 하능가가 문제 아니것소"
"로보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로보… 지금 로보트라고 했어라? 하따 즌자 대기업 회장 성님은 참말로 취미 생활도 독특하구마잉"

모범수였던 나는 비교적 교도소 내에서의 활동이 자유로웠다. 그런 내가, 교도소 안을 돌며 사람들을 포섭해서 비밀리에… 아니 솔직히 말해 거의 대놓고 '무언가'의 대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다른 재소자들의 큰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그 대작업이 무려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니.

"이게 원칙상 안되는 건데…"
"원칙 좋아하는 분이 '그 분'은 숙직실에서 재워요?"
"허허 참. 여튼 뭐, 재소자들 구경거리 만들어 주신다는데야. 저도 기대합니다"

교도소장까지 섭외를 마친 나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로봇, 아니 '메탈맨 마크 2'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기업 산하의 방위산업체에서 수조원대의 비용을 써가면서 만들었던 최첨단 무기체계를, 교도소에서 최소한의 도구만을 사용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역시 이번에도 누군가의 눈을 피해서 말이다.



"이기 단순히 이리 돌돌 말믄, 즐때로 만족스려운 경도가 안 나온다카이. 이걸 이래 교차시켜가꼬 꼬질데 맨치로 중간에 피스를 박아넣은 담에 덧대믄, 이제는 이기 총알을 맞아도 겉에는 뚫려도 안에까진 못 뚫는다카이"
"식판 3장으로 총알도 막는단 말여?"
"이 식판 국그릇 부분을 딱 요래 갑빠 부분이 되도록 맞춰넣고, 요거는 팔 부분이 되는데 손가락에 총구는 그냥 이래 식판으로 만들면 딱 한발 쏘고 녹아내려 못씁니다. 다른게 필요한데요"
"총신은 철창살 잘라다 씁시다"
"아 딱이구만요"

처음에는 정말로 '식판을 녹여만든 인간형 로봇'이라는 그럴싸한 거짓말에 흥미를 느껴 동참한 엔지니어 재소자들도, 어느 시점을 넘은 순간 이건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총알을 막을 수 있는 중갑판에 손에는 총기까지 달렸고 등에는 바이크 엔진과 구루마 바퀴가 달린… 전투수트'

그리고 그 수트는 누군가의 체형에 꼭 맞게 제작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누구 하나 그것을 교도소장에게 제보하는 이가 없었다. 담장 너머 어딘가로 향하는 꿈은 재소자라면 누구나 꾸는 아름다운 꿈. 그것에 도전하는 이가 있는데 그것을 말릴 이유가 없다.




"으음?"

그러나 교도소장도 바보는 아닌지라, CCTV로 보이는 저 무언가가 이제 절대 '로봇'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걸 김대용이 '입었으니까'.

"뭐, 뭐해! 당장 경교대 출동하라고 해!"

흐뭇한 얼굴로 CCTV를 바라보던 바라보던 교도소장은 대경실색해 부랴부랴 즉시 비상 출동을 시켰지만. '메탈맨 마크2'를 입은 김대용은 이미 양팔의 유압 실린더 파워로 자기가 갇힌 철창문을 크게 휘어버리고 탈옥을 하는 중이었다.

"맙소사"

철공 기술자가 틀을 잡고, 용접 전문가가 틈을 메꾸며, 금속 공예 기술자가 관절을 책임진 '메탈맨 마크2'. 당초 식판 100장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교도소 내의 한층 분량에 해당하는 1200장이 넘는 식판을 써서야 완성한 이 '스뎅 머신'은 엄청난 위압감으로 당당히 정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후우, 후우"

아무리 바이크 엔진으로 외골격의 움직임을 보조한다고 해도 400kg이 넘는 이 초중장갑을 끌고 움직이는 것은 중노동 이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그 정도의 무게가 있기에, 감히 그에 맞서볼 엄두를 아무도 내지 못했다.

"차라리 총을 쏴!"

타, 타탕! 탕! 탕탕!

소장의 지시에 경교대 요원들은 권총 사격을 개시했지만 과연 다층 식판장갑을 갖춘 메탈맨 마크2의 갑옷은 뚫지 못했다. 이윽고 드디어 교도소 정문 근처까지 온 김대용은 벌러덩 드러누웠다.

"부스터, 온!"

이미 맹렬히 돌아가며 외골격의 움직임을 보조하던 마그마 125의 엔진은 드디어 그 토크가 메탈맨 등 뒤에 달린 구루마 수레 바퀴에 전달되어 비로소 고속 머신으로서의 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아아!"

사실상 누운 채로 시속 75km의 속도로 쏜살같이 교도소 정문을 향해 질주하는 그 '스뎅 머신'은, 어찌보면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로봇 같기도 했으며 어딘가 유럽 고성에 있을 법한 청동 기사상 같기도 했다. 실제로 비루한 식판을 소재로 만든 어설픈 강화장갑이기도 했고.

그러나 그 '머신'에는 진상전자가 자랑하는 최첨단 OS '다이젠'이 탑재되었고, AI 스마트 비서 '비스비'가 실려 있어 위성 GPS를 따라 안전하게 김대용을 집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저, 저, 저거! 하하, 근데 어쩌나? 교도소 정문은 이미 닫혀버렸는데?"

교도소장은 당황했지만, 다행히 경교대 요원이 신속히 교도소 정문을 닫은 덕분에 김대용이 빠져나갈 길은 완전히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김대용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응?"

'메탈맨 마크2'의 고간 부위가 슬그머니 열리더니, 무엇인가가 '발사'되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김대용에게 그동안 많은 세상 소식을 전해주었던 요원이 건내준 스마트폰이었다. '갤럭시스 노트7'은 엄청난 속도로 교도소 정문을 향해 발사되었고, 이미 세간에 널리 입증된 것처럼 강력한 파괴력으로 폭발, 문을 부수는데 성공했다.

"가자, 비스비!"




아무리 용접 기술자가 노력했다지만 결국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스뎅머신' 메탈맨 마크2가 거의 다 망가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등 뒤에 수십대의 경찰차를 끌고 집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마크2를 벗어버리고, 지하실로 향했다.

"자, 자"

홍채인식을 통해 보안문을 지난 나는 이미 체력이 거의 탈진 상태나 다름 없었지만, '진짜 메탈맨' 수트를 입으면 그 이후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진상전자의 첨단 기술은 물론 진상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진상 바이로로직스의 최첨단 바이오 테크놀러지가 총동원되어 내 신체를 케어해주니까. 이를테면 항문의 튀어나온 치질 역시 전자석 리액터가 자리를 고정적으로 잡아주어 통증 하나 없이 아주 편안하게 활동이 가능하다.

"지문인식 및 잠금패턴을 통한 본인 확인완료. 김,대,용 확인. 메탈맨, 발진 준비 완료"

초기사업비 3천억에 막사 현대화 사업 전용예산 3조, 구난함 레이더 및 추가장비 예산 전용 1조, E-진상 사업 예산 전용 1조원, 진상물산 주식 300만주, 대용랜드 주식 42.5만주, 진상전자 사내 유보금 1조원, 김대용 나의 개인 사재 1조원 등 총합 9조 4천억의 금액이 투자된 한국 국방산업의 결정체, '메탈맨' 수트를 입은 나는 로켓 엔진을 가동, 지하실을 뚫고, 솟아올랐다.

"하하, 이 놈들!"

대기업 회장의 자택 지하실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인간형 전투수트에 경찰들과 인근 군경 요원들은 당황했지만, 나는 그들을 유유히 뒤로 한 채, 풀페이스 아머 헬멧에 결합된 진상 뉴 기어VR 화면의 HUD 영상을 따라 서둘러 베이징을 향해 날아갔다.

"저, 저게 뭐야"

모두가 당황할 무렵, 눈이 좋은 누군가가 메탈맨 등에 씌인 이름을 읽었다.

"메탈맨?"






"현재 속도 마하 0.9, 베이징까지 앞으로 13분 남았습니다. 현재 날씨 양호, 미세먼지 나쁨"

비스비의 안내에 따라 편안히 베이징까지 날아온 나. 마하를 넘나드는 속도지만 스텔스 설계 덕분에 레이더에 표시되는 면적은 참새 이하. 당연히 레이더 오류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덕분에 한국-북한을 넘어 중국의 방공 식별을 무시하며 날아왔음에도 그 어떤 제지조차 받지 않았다. 확실히, 이런 무기체계가 갑자기 등장했으니, 미국이 경악할 법도 한 일이다.

"찾았다"

짱깨들은 나의 머신을 복제하면서 최소한의 양심이나 창의성도 발휘하지 않았는지, 메탈맨 내장 갤럭시스의 '내 디바이스 찾기' 기능을 사용하니 중국이 복제해 만든 짝퉁 메탈맨 위치가 표시되었다.

"천안문…가자, 비스비!"
"라져"

인공지능 비서 비스비는 나의 명령에 목표지를 천안문으로 조정했고, 속도를 마하 2.0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상대 역시 나의 위치를 파악했는지, 짝퉁 역시 이쪽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남은 조우 시간 4분 13초.

"으음"

나의 계획은 명료했다. 중국의 짝퉁 메탈맨을 쳐부수는 것.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메탈맨 같은 초고가 전투머신을 양산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돈이 문제인 것이다. 애초에 이런 개인화 전투머신에 조 단위 돈을 쏟아붓는 미친 짓을 누가 더 할 수 있으랴. B-2 스텔스 폭격기보다 비싼 개인화 전투머신. 중국도 그저 기술복제용으로 만든 저 시제품이 전부일 것이다.

"결국, 저 놈만 부수면 된다"

그럼 더이상 미국이 이 신형 무기체계에 놀라 항공모함으로 중국을 은연 중에 압박할 이유도 없고, 항모가 돌아가 버리면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핵실험을 할지라도 당장 곧바로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일 날 일은 없다.





"근접조우 남은 시간 10초"

비스비의 안내를 들은 나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저 아득히, 작은 점처럼 보이는 짝퉁 메탈맨을 향해 갤럭시스 노트7포를 발사했다.

"발사!"

같은 설계도로 만든 머신이라고 해도 사용되는 부품이 다르다. 이 '진짜' 메탈맨에 들어가는 것은 진상전자의 낸드플래시 램이며, 나의 풀페이스 아머 속 디스플레이는 아직 양산도 안된 '진짜' QLED 화면이라 저 점처럼 작은 것도 분명히 표시된다. 사격통제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국산 자주포, 진상 테크윈 A-9 자주포의 그것을 더욱 개량한 것이며 로켓엔진기술은 나라호 사업에 참여했을 때 수많은 실패 속에서 피눈물 흘려가며 배운 것이다.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나의 읊조림과 함께, 저 멀리서 희미한 폭발과 함께 갤럭시스 노트7은 중국제 짝퉁 메탈맨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주가와 기업의 신뢰도 추락까지 감수해가며 만들어 낸 전략병기가 드디어 전장에서 그 제대로 된 첫 성과를 보인 것이다. 기실 메탈맨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그 정도 폭발은 견뎌냈을테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짝퉁의 한계는 그런 것이 아닐까.

"후"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목적지를 수정했다. 물론, 내가 가야할 곳, 교도소로.




무단으로 교도소를 탈옥하고, 방공식별구역을 마구 넘나들고 급기야 타국에 가서 전투까지 벌이고 온 나지만, 그 모든 것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은 한국 국방부를 통해 사건의 모든 진상을 전해 듣고는 크게 만족하며 메탈맨 프로젝트 기술을 제공받는 대신 무상으로 사드 미사일 포대 2기를 제공(?)해주기로 약속했으며, 새삼 강력한 혈맹을 강조했다. 중국은 내심 속은 쓰렸지만 해킹 문제가 엮여있는 사건을 크게 비화해봐야 더 큰 손해가 우려되었기에 입을 닫았다. 북한 역시 미국의 항모가 돌아가자 핵실험을 추가로 예고하는 등 뒤늦게 온갖 허세를 부렸지만 그 누구도 관심갖지 않았다. 사건 이래 행방불명이 된 김 변호사에게는 가족에게 큰 후원금을 보내는 것으로 위로를 했다.

아울러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기업인 특별사면 조치를 받아 이후 근 2년 만에 다시 진상전자 회장직에 복귀했다.




"…없을 것이며,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기업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추가 질문 있으신가요"

회장직 복귀 관련 기자회견장. 준비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나는 기자석을 천천히 돌아보며 물었다. 한 젊은 외신 여기자가 번쩍 손을 들었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지난 봄에 있었던 전쟁위기는 기실 첨단 무기체계 '메탈맨'을 둘러싼 한-미-중국간의 알력이었으며, 당시 목격자들에 의하면 '메탈맨'을 입은 주인공이 바로 회장님이라는 증언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을 부탁 드립니다.

꽤 당돌한 질문이었지만, 나는 애써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음… 교도소에서 많은 일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런 일은 결코…"

흠. 아니, 아니지.

"들어본 적도…"

아니야 이건. 감옥에서 나를 위해 식판을 두들겨 준 동료들, 메탈맨 프로젝트에 피땀 흘린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래. 나는 어깨를 으쓱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제가 메탈맨입니다"

하, 아무래도 내일 또 신문 1면 도배하겠구만.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또 폭발하기 시작했다.


- Fin -

덧글

  • ㄸㄹ 2017/04/21 11:05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상상 그 이상의 조합이다
  • 치질맨 2017/04/21 11:43 # 삭제 답글

    메탈맨 만들 돈으로 치질 치료 로봇이나 만들지
  • 고동진 2017/04/21 13:16 # 삭제 답글

    식판부터 예상가능했지만 웃겼음 ㅋ
  • 대공분식 2017/04/22 01:45 # 삭제 답글

    설렁탕 냄새가 여기까지 진동하네요.
  • 음헬헬 2017/04/22 09:01 # 답글

    스뎅머신 ㅋㅋㅋㅋㅋ
  • 보더 2017/04/22 13:34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2017/04/23 17:16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스박형ㅋㅋㅋㅋㅋㄱ
  • .. 2017/04/26 17:23 # 삭제 답글

    이제 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다신 안오렵니다
  • dd 2017/05/01 16:12 # 삭제

    오예~~
  • ㅇㅇ 2017/04/27 00:11 # 삭제 답글

    아 ㅋㅋㅋㅋㅋㅋ진지하게읽다가 터졌네ㅋㅋㅋㅋㅋㅋㅋ
  • ㅅㅅㅈ 2017/04/27 13:11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딴 발상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_- 2017/04/28 08:20 # 삭제 답글

    미친발상;;
  • ㅁㅁ 2017/04/30 05:23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ㄱㅋ 씨발 진짜 쩐다
  • 아슈라 2017/05/08 19:58 # 답글

    최근 5년 동안 읽었던 글 중 제일 재밌었습니다.
  • 스박형팬임 2017/06/09 07:25 # 삭제 답글

    고증에 참고하시라고..

    물론 징역에선 식판이 없고 탕반기는 플라스틱입니다만 그렇다고 메탈맨을 못만드냐? 아닙니다. 아닙니다.
    에프킬라가 있습니다. 소내 구입 가능한 에프킬라가 바로 메탈이져.
  • stylebox 2017/06/09 13:02 #

    메탈맨2를 기대해주세요
댓글 입력 영역

구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