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전 남자 망상

함께 침대에 누워, 혹은 둘 다 적당히 취한 어느 맥주창고에서, 혹은 찜질방 한 구석에서 같이, 혹은 어느 공원 한 벤치에서 함께, 혹은 깊은 밤 전화기 저 너머로.

우연찮게 흘러나온 너의 전 남자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털어놓는 아프고 분한 기억에 내 가슴 속 한 구석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렇게나 예쁘고 착한 너를, 그 놈은 왜 그리도 괴롭혔단 말인가. 

비록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으며 단점과 한계를 산처럼 쌓아놓고 사는 나이지만, 최소한 나라면 그 놈 같은 짓은 안 할텐데. 정말 잘해줘야지, 차마 말로 꺼내지는 않지만 가슴 속 깊이 다짐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지금, 그때 그놈보다 더한 놈이 되어버린 괴물 같은 나를 저주하며, 그녀의 '최소한 그놈보다는'의 허들을 더 낮춘 것에 대해 죄책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정말로 이제는, 니가 세상 그 어떤 미친 병신을 만나도 그 놈이 나보다는 낫겠지라는 것을 확신하니까. 

덧글

  • 겨울반딧 2017/07/08 00:13 # 삭제 답글

    오래간만입니다.
  • 2017/07/08 04: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망상이길 빕니다 2017/07/26 00:01 # 삭제 답글

    스스로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버린거라면
    그 사람에게 죽을만큼 아픔을 주고 떠나버린거라면
    남겨진 상처는 도대체 누가 케어해주나요
    사람의 자가 치유능력은 어느정도 수준이면 흉터가 남을지언정 아물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면 낫지않고 피흘리다가 죽어버리지않습니까
    진심으로 이 글이 스박님의 머릿속의 상상이기를
    경험담이나 수기가 아니기를
    그리고 이런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서로 사랑하기도 바쁜날들입니다
    이 글 읽다 문득 생각이나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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