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실화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린지 두 달이 넘었다. 이 글의 제목 때문에 오해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디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일종의 슬럼프가 왔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하던 말인 '전성기도 없었는데 슬럼프는 또 뭐냐' 하고 비웃었지만 사람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된다. 글이 안 나온다.

'어?'하고 간만에 신호가 와서 변기에 앉았지만 여전히 똥은 끄트머리만 나올락말락하다 결국 나오지 않는 좆같은 마른 변비. 마치 그처럼 '어?'하고 좋은 아이템이 떠올라 블로그에 접속해 글을 끄적이다가 겨우 두어단락 쓰다가 결국 맥이 딱 끊긴다. 하. 시펄.

두 달 동안 손을 놓고 있었냐면 또 그렇지는 않은 것이, 쓰다가 만 글만 30개쯤 된다. 기본적으로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적이 없다. 그 흔한 '글 쓰는 법' 책조차 본 적이 없다. 기초를 쌓고 체계적으로 글을 만드는 타입이 아니라, 순전히 감으로 죽 써내려가며 시원하게 싸는 타입이라 더욱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른다. 똥 잘 싸고 싶어서 똥을 공부하는 인간은 없는 것처럼, 나에게 글은 그와 같았던거다.

그리고 진짜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는데, 근본적으로 똥은 지극히 은밀하고 프라이빗 할수록 잘 나오는 법이다. 설령 스캇물 비디오를 찍어 파는 인간이라고 할 지라도 그 똥싸는 모습을 아는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이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내 주변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표현이나 흐름에 있어서 자꾸 위축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도 영 거시기하고 말이지.

특히나 '찌질하고 빌빌거리는 인간군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노라면 어느새 '아 쫌 구리네' 하는 생각에 똥을 다 싸지도 않았는데 물을 내려버리고 만다. 그리고 대충 휴지로 닦고 마무리를 해버린다.

하지만 굉장히 새삼스레 오늘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진짜 찌질한 것은 '찌질한 인간군상의 글을 쓰는 나'가 아니라 '찌질한 인간군상의 글을 쓰는 자신의 모습이 찌질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이 찌질한 것이다. 애시당초 나는 그리 대단히 잘난 사람이 아니다.

변비를 치료하는 방법은 그저 똥 마려울 때 바로바로 화장실 가서 싸고, 그 똥이 얼마나 쾌변인가를 생각하는 대신 그냥 조금이라도 싸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이라 했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 당분간은 나도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참고로 나는 변비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주, 잘 싸서 문제인 사람이다)

어차피 나는 잃을 것이 없다. 나는 문단의 대가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촉망 받아가며 큰 기대를 받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시원하게, 쾌변의 기분을 만끽하듯 싸면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슬럼프를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변비를 탈출하는 방법이리라 확신한다.


덧글

  • 김개박 2018/11/22 08:44 # 삭제 답글

    와 한참 기다렸네

    똥망글이라도 가끔 써줘 횽
  • ㅁㄴㅇㄹ 2018/11/22 12:40 # 삭제 답글

    위축되서 글 못쓰는거 짜증나죠 제가 작가는 아니어도 이해합니당 ㅠ
  • 슈3花 2018/11/30 12:59 # 답글

    어서옵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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