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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코리아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물론 그들과 같이 어울려 놀고 더 나아가 사랑까지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단은 보는 것 만으로 눈이 즐겁다. 때로는 질투나 열등감, 자신에 대한 자책 때문에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하지만 우선은 보기 좋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 출발했다.

"한민구, 187cm - 68kg, 평가단 외모 평가 트리플 에이, 정성 평가 B 이상, 뷰티코리안 인정"
"조아름, 169cm - 53kg, 평가단 외모 평가 더블 에스, 정성 평가 A 이상, 뷰티코리안 인정"

지극히 당연한 본능을 2030년대의 대한민국은 정책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대통령 김박스 대선공약 "뷰티 코리아" 말이다.

"미남미녀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그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은 모두를 선망하게 하며, 그들의 행동은 유행의 원천이 됩니다. 미남미녀를 바라보면 볼 때마다 3초씩 수명이 늘어난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와 의무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입니다. 부족한 자원은 수입을 하고, 있는 자원은 철저히 활용해야 합니다!"

미남미녀의 행동은 유행이 되고 경제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더 나은 인간들'과 닮고 싶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들의 소비를 따라하고, 행동을 따라한다. 유인원 시절부터 인간의 본능이다. 그들의 존재는 주변을 즐겁게 하고,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들은 외부에서 우리 사회로의 유입을 높이며 절망적인 출산율로 몰락해가는 한국의 관광자원이 되고 이민자 유입의 동력이 되며 출산율 전환의 실마리가 된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보물이었다.




뷰티 코리아




"아후 피곤해"

국가지정미남 이하 '뷰티 코리아' 한민구는 오늘도 11시간의 의무 외부행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의무 활동시간 9시간에 추가활동 두 시간 분. 아마 이번 달 급여는 천만원을 돌파할 듯 하다. 재작년에 뷰티 코리아 심사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른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도 매일 아쉬웠다. 그리고 작년, 코수술 대성공으로 뷰티 코리아에 선발된 그다. 몸은 고되지만, 그 이상의 보상이 있다.

[ 미남미녀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자원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그 미모를 낭비한다고 생각하면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

대통령 당선연설의 그것처럼 뷰티 코리안들은 하루에 의무적으로 9시간 이상의 외부활동을 해야했다. 그들의 활동은 GPS 추적을 통해 기록된다. 월 급여는 1년 차에 1천만원, 2년 차에 800만원, 3년 차부터는 750만원으로 고정이다. 물론 근무 외 수당도 지급되며 번화가가 아닌 지방이나 외진 곳으로 움직일 때에는 약 5%의 추가수당도 주어진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도시나 촌이나 미남미녀를 보면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인적자원'은 잘 활용되어야만 했다.

"아…"

샤워를 하던 한민구는 얼굴이 조금 탔음을 느꼈다. 선크림을 그렇게 발랐지만, 가을 햇살에 하루 10시간도 넘게 바깥을 돌이다니는데 얼굴이 안 타는게 더 이상하다. 내일은 청담에 있는 피부과에 잠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료다.

[ 미남미녀에게는 화끈한 급여 지급은 물론 물론, 모든 식사와 피부, 체형 관리 비용도 무료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

아무리 식대가 무료라고 해도, 관리를 해야하니 식사를 마음껏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관리비용은 공짜니까 좋다. 피트니스 클럽이나 병원도 자기 병원에서 뷰티코리안들을 관리한다고 하면 위신이 서니 서로 유치하려 경쟁이다. 옷도 어차피 "안녕하세요, 저 뷰티코리안인데요…" 하면 보통은 협찬이 된다.

"좋구만"

침대에 누워 그는 노곤함을 느낀다. 곧 잠이 올 것이다. 고된 하루지만 역시 즐겁다.



임서아는 오늘도 운동 중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65kg까진 뺄 수 있을 것 같다. 성공적인 추세다. "니가 살 빼서 뭐할건데. 뷰티코리아 하려고? 아서라. 어글리코리아 제도 신설되는거 아닌지나 모르겠다. 니 병원 영업질에 넘어가는거야" 라는 큰 오빠의 독설을 뒤로 하고, 그녀는 자신의 비만가족들과는 다르게 살고자 마음 먹었다.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이미 7kg 감량에 성공했다.

[ 가정 내 소비지출에서 교육 항목을, 뷰티 항목이 올해 처음으로 초월했습니다 ]

그녀는 런닝머신에 달린 TV의 뉴스보도를 보며 공감했다. 당장 서아 그녀 자신만 해도 작년까진 핸드크림 하나 사는 돈 아껴가며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던 신세 아니던가. 하지만 시험은 떨어졌고, 그녀는 과감히 삶의 궤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미 상담도 받고 왔다.

"어머, 보세요. 지금 엑스레이에 찍힌 골격을요. 이게 서아 고객님 사진이고, 이게 작년 뷰티코리아 트리플에스 등급 받으신 저희 고객님 뼈 체형사진이거든요. 지금 서아 고객님은, 귀중한 자기 자신의 외모를 낭비하고 계신 거나 마찬가지에요. 저희 병원에 연계된 피트키스 클럽, 식단 관리사, 뷰티 스쿨 연계하시면, 저희가 30% 저렴하게…"

서아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당연히 1년 안에는 힘들겠지. 25년을 키워 온 살이니까. 하지만 내후년까지는 반드시 뷰티코리아에 도전할 거라고.



처음에는 여론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했다. 외모지상주의라며 전 세계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통령은 굳건했다.

[ 저를 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향후 우리 민족의 운명을 바꿀 정책입니다 ]

매번 랜덤으로 선발되는 국민투표단에 의해 뽑힌 1기 미남미녀들 3만 명이 전국 번화가는 물론 동네를 누비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이 즐거워졌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많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어딜가도 미남미녀들이 북적대며 돌아다니면 그들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서는 사람, 또 나서는 사람들을 따라 나서는 사람들이 생길 테니까.

"진짜 장사할 맛이 나!"
"돈도 돈인데 어휴, 나도 사람인데 그저 즐겁지!"

상인들의 매출도 수직상승했다. 6개월 뒤 이뤄진 2기 신청에는 무려 120만 명의 참가신청이 쏟아졌다. 그들에 의한 뷰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과 압력이 증가했다.

"선배님도 한번 나가보시죠"
"이 나이에 무슨"
"월 천만원인데 이게 연금복권보다 낫죠"

4기부터는 중장년, 노인 대상의 선발도 늘어났다. 꽃중년을 넘어 꽃할배, 꽃할매 뷰티코리아도 선발되었다. 더이상 노인들은 시들어가는 삶이 아니었다.

"한쿡, 정말 죠와요"
"최고의 나라, 한쿡!"

대통령은 말했다. '부족한 자원은 수입을 해야한다'. 석유와도 같다. 우월한 몸매, 완벽한 외모를 가진 뛰어난 인재들을 수입했다. 그네들 입장에서도 '오직 외모 하나만으로' 안정적인 고소득과 그 사회의 선망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전 세계 미남미녀들의 한국행 러시가 이어졌고, 뷰티코리아 선발에 대한 해외인원 참여인원은 무려 200만 명을 돌파했다. 물론 선발되면 그들에게는 한국 국적이 주어졌다.

"BEAUTY KOREA"

한국은 이제 전 세계에 '아름다움의 나라'로 통했다.



"외모지상주의 꺼져라!"
"시대착오적인 망국정책"
"FUCKING 'B' KOREA!"

당연히 시대착오적 정책과 흐름에 반발하는 자, 시위에 나서는 자들도 많았다. 전 세계적인 비난의 수위는 그저 높아만 갔다. 통일된 미적 기준에 대한 강요와 나날히 심해지는 사회적 압박, 아름다움에 집착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내부적인 피로도 높았다.

"외모지상주의 정부는 물러가라!"

시위는 격렬했다. 김박스 대통령의 사진은 매 시위마다 불탔고 회의론도 심했다. 예산 압박도 상당했다. 아무리 뷰티 코리아로 관광수익이 늘었다고 해도, 70만의 고소득 준 공무원 조직을 유지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불과 4년 만에 국가부채가 그 이전 정부의 3배로 늘었다.



하지만 본디 우직하게 걷는 이에게는 동료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의 강요를 거부하는 자들에 오히려 피로를 느끼던' 사람들이 점차 김박스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노력해서 대학에 가면 모두가 찬양하고 칭찬을 합니다. 그런데 외모를 노력하면 골이 비었다고 뒤에서 비아냥 거리기나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발견하곤 합니다. 과연 정말 일그러진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누굽니까?"
"아름다움은 권력입니다.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쁜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 모두의 본능이 악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톡 까놓고 말합시다. 살 좀 빼고, 관리 좀 하고, 피부나 스타일 좀 관리하자는 말이 정말 그렇게 듣기 싫고 귀찮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됩니다. 근데 사실 '그런 외모'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누굽니까? 바로 그런 본인 아닙니까?"

어쩔 수 없었다. 멋진 외모를 가진 선남선녀의 말과 행동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였다. "미친 나라"라고 손가락질 받던 대한민국의 평판에 점차 "자기주장 확실한 나라"라는 옹호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박스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그저 여론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나라가 아니었다.



"아름다움은 권력입니다. 그리고 권력은 절대로 가만히 갖고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을 활용할 때 비로소 힘이 되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70만 명의 미남미녀들은 한국의 핵심적인 인적자원이었다. 그 중에서도 국정원 특채로 비밀리에 선발된 SSS급 3,000명의 존재는 더욱 특별했다. 그들은 한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가 되기도 했고, 세계 최우수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헤드헌터가 되기도 했다. 관광자원이었고, 외교적 카드였으며 무기였다.

"혐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자선당 다니오카 간사장이 최근 한국계 여성과의 불륜으로 정치적 위기에…"
"세계적 IT기업 비전월드의 오너 쟈넷 로즈가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발표하며 한화 8조원 규모의 투자를 한국에…"
"미 의회의 W-22 한국 도입 허용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최우방국 파이브스타즈에도 판매하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오일 허브로 한국을 지목하여…"

물론 그런 미남미녀를 활용한 로비와 첩보작전이 어디 한국에만 있는 것이겠느냐마는 확실히 한국은 조금 특별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친서방국가라는 비교적 안전한 국가적 배경, 한류 영화와 K-POP 열풍으로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던 '한국에 대한 친근하고 매력적인 대외적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에 미친 나라에서도 고르고 고른 인재'라는 이미지는 대한민국 국적의 선남선녀의 매력을 전 세계 상위 권력층에게 '보다 더 특별한 무엇'처럼 느껴게 만들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반드시 어둠도 있기 마련이고, 두 명의 미인 곁에는 예닐곱명의 평범한 사람과 두엇의 못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빛나는 둘에 대한 여덟의 선망은 아주 약한 선동에도 질투와 혐오로 변질되기 쉬운 것이다. 또 아무리 정부 차원에서 그들까지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해도, 절대로 개선되지 못하는 부족함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최저외모제도"

때문에 정부는 아무리 '아름답지 못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그로 인해 도를 넘는 불이익을 받지 못하게 하고자 노력했다.

"이 정도로 낮은 콧대를 가지신 분은 보건소에서 정부지원으로 성형수술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유전적 장애를 가진 시민을 향해 조롱을 한 뷰티코리안 김승훈씨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징역 4년의 선고를 내렸으며…"
"평가단 외모 G등급 이하에 대한 의류 바우처 한도가 다음 달부터 50만원으로 상향조절될 예정이며…"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뷰티 코리아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하위 20%의 불만은 깊어만 갔다. 아무리 평생을 노력해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법이니까. 타고난 체형의 한계, 키의 한계, 크기의 한계, 탄력의 한계, 노화 속도의 차이 등 '유전자 단계에서의 한계'에서 출발한 한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로 인한 격차를 그저 깊이 절감하게 만들 뿐이었다.

"안다.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원한다. 당신들이 누리는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들의 목소리에는 절절한 분노와 간절함이 있었다. 그들의 외침은 울림이 있었다. 정부는 그들의 외침을 존중하여 뷰티코리아에 '미적 다양성 존중'을 이유로 다양한 부문의 미인 선발 항목을 새롭게 만들었다. 빅사이즈, 슈퍼스키니, 버튼아이, 커브드넥 등 새로운 뷰티코리아 기준이 생겨났고, 그들에게도 뷰티코리아와 같은 급여가 지급되었다. 당연히 그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니었건만, 그들의 의견은 금방 분열되었다.

"아 억울하면 니들도 나처럼 더 못생겨지던가"
"꼭 어딜가나 어중한한 새끼들이 더 난리야. 아니 겁나 잘생기던가, 겁나 못생기던가, 나라가 길을 줬잖아.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사회 어디에서 성공하는거 본 적 있어? 억울하면 더 못생겨지던가!"

불만의 수위는 금새 잦아들었다. 뷰티코리아에 대한 가장 크리티컬했던 저항은 그렇게 금새 묻히고 말았다. 대통령 김박스의 뷰티 드라이브는 더욱 더 강화되었다.



그렇게 뷰티코리아 정책은 결과적으로 5년 만에 21세기 한국의 대전환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그러한 결과로…"

꼭 뷰티코리아에 선발된 이들이 아니더라도, 그들에 영향을 받은 전국민이 외모 꾸미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관계로 전국민적 외모 레벨이 불과 5년 만에 급격히 향상되었으며 결혼 및 임신, 출산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탐나는 것이 눈 앞에 있다면 갖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니까. 한국은 그야말로 전 세계 관광과 뷰티, 패션 산업의 메카가 되었으며 '아름다움에 올인하는' 풍조는 단순히 사람의 외모 뿐 아니라 산업의 디자인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디자인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마치 1960~80년대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일본의 기술'에 대한 환상으로 큰 매리트를 가졌다면, 이 시기의 한국 제품들은 디자인적으로 큰 강점을 가졌다.

"한국인, 예뻐요"

국뽕 채널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글로벌 컬쳐' 주제에서 한국에 대한 외모찬양은 이제 지겨울 정도였다. 주변 동아시아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매년 2억이 넘는 인원이 찾아왔다. 그저 '외모 관광'을 하기 위해.

"저는 이제 제 소임을 다하고, 다시 제가 있을 곳으로 돌아갑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는 확보되었고, 그저 망국을 향해 달려나가던 대한민국의 현황은… 여전히 다양한 치명적 문제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일부 완화된 측면들이 있었다. 김박스 대통령은 성공적인 소방수였다. 그는 성공리에 여당 후보에게 차기 대권을 넘기고는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통령님"
"모실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응원합니다"

세계적 모델이자 배우들이기도 한 각부 장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고향으로 향하는 그는, 차에 오르기 직전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조금 씁쓸한 미소를 띄우다가 다시 모두에게 손인사를 하고는 차에 올랐다.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던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박기사 님"

이제는 '전직 대통령'이 된 김박스. 그는 언제나처럼 존칭으로 기사에게 말을 걸었고, 기사가 "네" 하고 대답을 하자 물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고, 지난 5년간 저는 그 나라의 수장이었습니다. 과연 저는 그 나라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었던 인물이었습니까?"

기사는 힐끗 룸미러를 통해 전직 대통령과 눈빛을 나누었다. 김박스의 질문은 진지했고, 그의 눈빛은 간절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지난 5년, 아니 지난 모든 정치생활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기도 한 질문. 하지만 사실 누가 보아도 김박스의 외모는 D 이상을 주기 어려웠다. 외모 때문에 평생 모쏠로 산 대통령 아닌가. 

한참이나 대답을 고르던 박 기사는, 이제 슬슬 침묵이 어색함이 되기 직전이 되어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아니요, 절대"

그 말에 대통령은 피식 웃었고, 곧이어 쿠쿠쿠 하는 웃음을 넘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운전석의 박 기사 역시 한참을 웃었고, 곧이어 대통령은 언제나 즐겨 듣던 노래를 부탁하며 곤히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지난 5년 간의 피로를 씻어내기엔 한참이나 부족한 잠이었지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노인이 행복한 꿈을 꾸기에는 충분한 휴식이었다. 단지, 매번 이 노래를 그렇게나 틀어달라고 부탁하는데도 끝끝내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박 기사에게 아주 조금의 서운함을 느낄 따름이었다.

- 끝 -



덧글

  • ㅁㅁ 2022/11/07 05:22 # 삭제 답글

    발상의 전환이 대단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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